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많은 암호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사용을 축소하고 돈세탁이 안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사상 최초로 5만달러를 뚫었다. 낙관론자는 10만달러를 외치는 반면, 비관론자는 급락을 우려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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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테슬라 구매
▷월가 디지털 자산관리 나서
비트코인은 지난 2월 16일 최고 5만645달러까지 올랐다. 5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4만달러를 넘어선 지 한 달여 만에 5만달러 고지를 점령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4배 폭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상승폭이 70%를 훌쩍 넘어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뒤 트럼프와 갈라선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릿지캐피털 최고경영자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안에 비트코인이 10만달러에 ‘쉽게’ 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터무니없는 얘기라는 주장이 우세했으나 이제 허투루 들리지 않게 됐다.
비트코인 ‘대세 상승론’에 불을 지핀 이는 일론 머스크다. 그는 최근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8년 전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다”며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좋은 것이며,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 계정 기존 프로필을 지우고 ‘#bitcoin’이라고 기재했다. 일론 머스크가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자 당시 비트코인 시세는 20% 가까이 급등했다. 개미투자자로부터 ‘파파 머스크’로 추앙받은 일론 머스크 발언은 비트코인의 밝은 미래를 공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말로만 그친 것도 아니다.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테슬라 측은 “현금 수익을 극대화하고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며 “향후 회사 자본 일부를 암호화폐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자동차 구매 시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추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테슬라에 이어 월가 대형 은행도 가세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최대 자산관리 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멜론)이 비트코인을 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보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설 사업부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BNY멜론에 앞서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10월 비트코인 관련 사업에 관한 계획을 공개했고 지난해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암호화폐 영업 허가를 받았다.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이 잇따라 암호화폐를 인정한 셈이다.
더불어 캐나다 증권당국은 비트코인 ETF를 사상 최초로 승인했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는 토론토에 본사를 둔 자산관리 회사인 ‘퍼퍼스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비트코인 ETF 등장에 따라 앞으로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가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또한 신용카드사 마스터카드는 결제 시스템에 암호화폐를 일부 포함한다는 계획을 내놨고, 온라인지급결제 대행사 페이팔은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지급결제로 활용하도록 했고, 세계 최대 자산 관리사인 블랙록은 ‘투자 적격’ 자산에 비트코인을 추가했다.
이뿐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는 직원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시스 수아레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은 지난 2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직원 급여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하는 것은 물론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월급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지자체는 미국 사상 최초다. 비트코인이 더 이상 주변부에 머물지 않고 금융시장 주류로 편입되고 있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7년 급등락 장세와 다르다?
▷개미·기관 쌍끌이 장세 긍정적
낙관론자들은 이번 상승세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 폭락했던 급등락 장세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2017년 말 비트코인은 급등세를 타며 2만달러 눈앞에까지 갔지만 2만선 돌파에 실패한 뒤 폭락해 이듬해 80% 넘게 추락했다.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 가까스로 회복세를 탔다.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계기로 자산 가치가 부각하며 비트코인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상승론자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기관투자자 움직임이다. 2017년 ‘가즈아’를 외친 개미투자자가 상승세를 주도했다면 이번 국면에서는 기관투자자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여기에 미국 주식정보 사이트 레딧을 중심으로 개미투자자까지 가세하며 급등세를 탔다. 기관 뭉칫돈이 가상화폐 시장이 유입되고 미래사용 가치에 대한 의문을 일정 부분 해소하며 개인투자자가 추가로 더 몰린 셈이다.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6억달러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는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3년 전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자산이 됐다”고 단언했다.
런던 가상화폐 대출기관 넥소를 공동 창업한 안토니 트렌체프는 블룸버그통신에 “머스크, 마스터카드, 모건스탠리와 무관하게 현 분위기와 모멘텀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약이 오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비트코인 급행열차는 이미 역을 떠났다”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 불일치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라이언 멜빌 컴버랜드 전략본부장 말을 인용해 “지난해 8∼12월 새로 채굴된 비트코인이 15만개인 반면, 같은 기간 투자자가 매수한 비트코인은 35만9000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수요가 신규 공급을 두 배 이상 넘었다는 뜻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강하다. 회의론자들은 비트코인이 단지 통화 완화 시대에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기극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이 역사상 가장 큰 ‘버블’ 중 하나라는 우려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비트코인을 17세기 튤립 거품에 빗대 비트코인을 ‘디지털 튤립’이라고 부른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튤립 가격이 폭등하자 튤립 구근이 폭등세를 타다 이후 순식간에 붕괴되며 수많은 유럽인이 파산했다. 루비니 교수는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암호화폐를 산다”며 “돈을 날리고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비트코인은 실질적인 사용처가 거의 없는 데다, 채권이나 증권처럼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지도 못한다는 것이 루비니 교수 비판 근거다.
특히 글로벌 금융당국이 비판적인 쪽에 서 있다는 점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비트코인은 실제 통화가 아니다”며 “ECB는 그것을 매수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아울러 라가르드 총재는 돈세탁에 이용될 가능성을 들어 암호화폐에 대한 더 많은 규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지난 1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많은 암호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아예 민간 암호화폐의 유통 금지를 추진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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