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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최유식의 온차이나] 미중 양국의 명운이 걸린 대만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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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침공 가능성 커지자 미국 이례적으로 3개 항모 전단 배치...대만 방어 여부에 강대국 운명 달려

요즘 중국의 눈은 온통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쏠려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 지역에 루즈벨트호 항모 전단을 투입했기 때문이죠. 걸프만에 나가 있던 니미츠호 항모도 전환 배치돼 루즈벨트호와 합동 훈련을 했습니다. 일본 요코스카항에는 레이건호 항모가 대기하고 있죠.

중국에도 서방국가들처럼 항공기와 선박의 항로를 추적해 발표하는 곳이 있습니다. 베이징대 해양연구원 산하에 있는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이라는 곳이죠.

이 기관 트위터에는 요즘 루즈벨트호와 니미츠호, 항모 전단에 속한 각종 군용기와 부속 함정들의 움직임이 세세하게 올라옵니다. 중국이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거죠. 최근 대만 인근 해역에는 중국 군용기보다 미국 군용기의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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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 트위터 계정이 1월 말 올린 미국 루즈벨트호 항모 전단과 소속 정찰기의 항로.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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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 위기와 미 7함대

대만해협 위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1954년 중국 군이 대만이 점령하고 있는 진먼섬에 포격을 가하면서 양측 사이에 포격전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1958년에도 대규모 포격전과 해전이 일어났죠. 중국이 진먼섬을 향해 수십만발의 포탄을 쏟아붓자 미국이 전술핵무기 사용을 경고하기까지 했습니다. 1996년에도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독립 외교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군이 대만 해역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세번째 위기가 왔죠.

위기 때마다 미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방법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담당하는 7함대 항모전단 파견이었습니다. 중국은 미국 항모전단의 압도적인 공군력과 해군력에 밀려 공격을 중단했죠. 6.25 전쟁 때도 미국은 7함대를 대만해협에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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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진먼 포격전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포병들이 대만군이 점령하고 있는 샤먼 앞바다의 진먼섬에 포격을 퍼붓고 있다. 당시 미국 라이프지가 찍은 사진이다. 진먼섬은 중국 대륙 해안선에서 2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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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 항모에 초음속 미사일 모의 발사 훈련

미국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7함대에 3개 항모전단을 동시에 배치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는 거죠.

문제는 7함대 항모 전단의 위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겁니다. 1월23일 루즈벨트호 항모가 대만 남부 바시해협을 통해 남중국해에 들어서자마자 중국은 훙-6K 신형 전략폭격기 6대를 보내 대함 초음속 미사일 잉지-12 모의 발사 훈련을 했습니다. 폭격기 조종사들이 본부의 발사 명령을 받아 미사일을 조준하고 발사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한 거죠. 여차하면 미국 항모 전단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무력시위를 한 겁니다.

게다가 중국 남부에는 미국 미사일방어망으로 요격하기가 쉽지 않은 둥펑-26(DF-26) 중거리 탄도미사일 , 둥펑-17(DF-17) 극초음속 미사일 같은 ‘항모 킬러 미사일’도 대거 실전 배치돼 있죠.

중국의 최신 폭격기와 첨단 미사일에 미국도 긴장하고 있어요.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일 니미츠호 항모의 인도·태평양 전환 배치를 발표하면서 “이 지역 안보 위협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그 위협세력들의 능력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항모전단을 3개나 배치한 건 중국의 군사력을 과거와 달리 보고 있다는 얘기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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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23일 대만해협 일대에 배치돼 활동 중인 미국 루즈벨트호 항모 전단.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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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협 기관지 “대만 통일 너무 끌어선 안돼”

대만 방어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강력하지만, 중국의 대만 통일 의지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우리가 남북 통일을 소원이라고 하듯이, 중국 역시 대만 통일을 19세기말 열강의 식민지로까지 전락했던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는 마지막 과업으로 꼽고 있죠.

중국은 작년 5월 홍콩 국가보안법 파동 당시 국제사회에서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홍콩의 자본주의 체제를 50년 동안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일국양제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죠. 그런데, 중국 내에서는 홍콩 ‘2차 반환’이라는 칭송이 쏟아졌습니다. 1997년 반환은 반쪽 짜리였고, 이제야 온전히 돌려받았다는 거예요.

중국 매파 이론가들은 대만 무력 통일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대만 문제를 관할하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기관지 인민정협보는 1월30일 자에서 “대만 문제 해결은 너무 끌어서는 안 된다”고까지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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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형 전략폭격기 훙-6K.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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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충돌 가능성 커진 ‘화약고’

여론은 이렇지만, 3개 미국 항모전단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중국의 군사력이 강해졌다 해도 여전히 미국과 격차가 적지않죠. 중국으로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모험입니다. 또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홍콩 보안법 때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국제사회 제재에 직면하게 되겠죠.

미국 역시 부담이 커요. 만약 대만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평화 수호자로서 미국의 위상은 곤두박질을 칠 겁니다.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추도 급속하게 중국으로 기울면서 미국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 수 있어요.

서로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미중 양국 모두 먼저 전단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겠죠. 그런데도 국제전문가들은 대만을 ‘미중 충돌의 화약고’로 분석합니다. 1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많은 대국 간 전쟁이 우발적인 사건이나 오판에 의해 일어났다는 거죠. 대만이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된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내 개최할 예정인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가 고비가 될 것입니다. 이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죠. 만약 이 회의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초청한다면 중국이 무력 침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20일 취임식에도 단교 42년 만에 처음으로 주미 대만 대표를 초청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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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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