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페이팔 등 이어 국내서도
다날, 자체 발행 페이코인으로
온·오프라인서 비트코인 결제 지원
하루에도 수십퍼센트 오르락 내리락
변동성·버블논란 등 화폐대체 걸림돌
비트코인으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서점에서 책을 주문할 수 있다면. 이르면 오는 4월부터 국내에서도 대표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으로 일상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장에 나온다.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차값을 비트코인으로 낼 수 있게 하겠다며 ‘가상자산 화폐화’에 다시 불을 붙인 이후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가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장에서는 ‘디지털 화폐 시대의 시작’이라는 기대와 함께 하루에도 수십, 수백 퍼센트씩 가격이 오르내리는 가상자산이 기존 화폐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다날핀테크 “자체 코인 통해 비트코인 결제 지원”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용자는 페이코인 앱 내 전용 지갑에 비트코인을 보관했다가 결제를 원할 때 페이코인으로 즉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다날핀테크는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갖춘 편의점 CU와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도미노피자·BBQ·교보문고·골프존 등을 가맹점으로 확보하고 있어 이용자가 체감하는 활용도도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벅스 등에서 쓸 수 있는 쓱머니(SSG MONEY)로도 전환할 수 있다. 다날핀테크 관계자는 “올리브영, 파리바게트, CGV, 메가박스, 요기요, 마켓컬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대형 가맹점 중심으로 추가 제휴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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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비트코인, 화폐 대체수단 될까
급격한 변동성은 가상자산의 태생적인 특징이다. 올해도 비트코인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탔다.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부터 열흘 만에 50% 가까이 폭등했다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가상자산이 테러리스트들의 자금 세탁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자 다시 열흘 만에 27%가량 급락했다. 그러다가 이달 초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 달러(약 1조 6,815억 원) 상당을 사들이며 비트코인으로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또다시 수직 상승했다.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7일 사상 최초로 5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과격한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때로 투기에 가까운 투자 용도로는 쓰여도 화폐를 대체할 지불 수단으로는 주목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비트코인은 때로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하루만에 20%가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며 “비트코인의 일상 결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편재성의 한계보다도 그 태생적인 변동성”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이런 시각에도 균열이 생겼다.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실제 상거래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 속속 나서고 있어서다. 세계 온라인 결제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페이팔은 지난해 10월 가상자산을 이용한 거래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는 비트코인으로 실제 물건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세계 양대 결제기업인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도 가상자산을 지불결제 네트워크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거래소 안에서 투자자산으로 맴돌던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비트코인과 연계한 페이코인이 주요 결제수단 중 하나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비트코인이 최근 6만 달러 고지를 바라볼 만큼 폭등하면서 ‘코인족’이 급증한 만큼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결제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충분하다는 게 근거다. 실제 시장 반응도 뜨겁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날핀테크의 발표 직후 CU에서 결제된 페이코인 이용 건수는 1주일 전보다 1,500%(17일 기준) 급증했다. 이 관계자는 “비트코인 결제까지 열리면 코인 결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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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버블’ 논란에 변동성 걸림돌 여전
가상자산의 결제 기능과 그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히 상존한다. 투기적 수요에 따라 출렁이는 폭이 큰 만큼 ‘현대판 튤립’ ‘버블’ 논란이 반복되고 있어 안정적인 가치를 담보해야 하는 화폐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의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로우 투자전략가는 “올해 1월 이후 비트코인의 움직임은 투기적 매수세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하며 “(극심한)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으면 현재의 가격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루에도 가치가 수십 퍼센트씩 오르내리는 일이 예사다 보니 일반 이용자와 산업계의 수용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가상자산 소프트웨어 업체 토큰소프트의 최고경영자(CEO) 메이슨 보다는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400달러(약 44만원) 수준이던 2016년에 비트코인 중개 결제기관을 통해 테슬라 모델3를 구매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신이 가진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한다는 신기함은 금방 사라질 수 있다. 비트코인 결제를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중앙화가 핵심인 비트코인이 국가통화를 발행하고 운영하는 각국 정부·중앙은행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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