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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금보다 비트코인... 1년새 850% 급등, 5만달러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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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Q] 비트코인이 뭐길래

조선일보

비트코인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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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트코인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대니얼 핀토 공동대표가 지난 15일 한 말이다. 이 은행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3년 전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비난했는데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이달 초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차값을 비트코인으로 낼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금융 당국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했고, 글로벌 카드사 마스터카드도 가상 화폐 결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모두 이달 일어난 일들이다.

무엇보다 뜨거운 뉴스는 수직 상승 중인 비트코인 가격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1년간 약 850% 올라, 16일(한국 시각 기준) 5만달러 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비트코인의 부상은 미국 달러 패권이 쇠락한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이렇게 오를까. 일반인이 손대도 되는 투자처일까.

◇Q1. 비트코인은 무엇이고 어디에 쓰이나.

비트코인은 2008년 자신을 ‘사토시 나카모토’라 부르는 개발자(정체는 비공개)가 만든 세계 최초의 가상 화폐다. 지금 우리가 쓰는 화폐는 중앙은행이 만들고 금융회사를 통해 유통되지만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무관한 화폐를 추구한다. 금융회사 대신 익명의 불특정 다수가 디지털 공간에서 인증함으로써 가치를 인정받는다. A씨가 B씨에게 돈을 이체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기존 시스템에선 제도권 은행이 이 이체를 승인하고 원장(元帳)이라는 형태로 기록을 남긴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원장이 분산되어 있다고 해서 ‘분산원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블록체인’이 거래의 증거를 기록하는 장치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에겐 그 대가로 약간의 비트코인이 지급된다.

사토시는 지급되는 비트코인의 양을 ‘2100만개’로 미리 정해두었다. 현재 1900만개 정도가 유통되고 있고, 오는 2040년이면 2100만개가 거의 풀릴 예정이다. ‘화폐를 대체한다’는 취지가 달성된다면 비트코인은 물건을 사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어야 하지만 가격의 변동 폭이 워낙 커서 실제 결제는 많이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비트코인의 대부분은 투자 용도로 사용된다.

◇Q2. 최근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뭔가.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결정적이다. 최근 테슬라·페이팔 등 기업과 모건스탠리·블랙록 등 금융사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거래 수단으로 쓰겠다고 나섰다. 2017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1만7000달러를 넘겼던 때는 개인 투자자가 대부분이었다. 각국 정부와 금융사들은 ‘실체가 없다’며 비트코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변동성이 크고 결제 과정도 간단치 않아 거래 수단으로 매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비트코인이 실생활에서 쓰일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이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거래와 결제 기능을 도입했다. 테슬라는 지난 8일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사들이면서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적이던 금융사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은행 뉴욕멜런은행은 고객을 위해 비트코인 등을 예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모건스탠리가 최근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가상 화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대표적인 금융사였다. 지난 12일에는 캐나다 증권위원회가 비트코인 ETF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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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8일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사면서 "차도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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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FT 분석처럼 미 달러의 패권을 위협할 수준인가. 그런 얘기가 왜 나오나.

금융 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진 연준의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것), 최근 코로나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막대한 달러 풀기 등으로 미 달러의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사람들은 가치를 저장할 다른 수단을 찾아내야 할 텐데 지금 그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부상하고 있다고 FT는 보았다.

금도 있고, 차기 기축통화를 노리는 중국 위안화도 있는데 왜 하필 비트코인인가. FT는 ‘비트코인이 지금의 디지털 세상과 가장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비트코인은 디지털로 모든 것이 이뤄지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불온한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특성이 21세기 디지털 세상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과거엔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보통 그 대안인 금 가격이 올랐다. 이상하게도 코로나 사태 이후엔 금값이 예상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금으로 흘러들어 갔어야 할 돈이 대신 비트코인으로 몰렸기 때문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Q4. 비트코인, 개인이 투자할 만한가. 다른 코인은 어떤가.

전문가들은 분산투자를 하면서 비트코인을 조금 산다면 모를까 ‘몰빵’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17년 말 1만7000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만에 4분의 1 토막이 났었다. 이번에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비트코인은 1년 전보다 850% 넘게 상승한 상태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나 2007년 중국 증시 버블 때 고점 1년 전 상승률이 약 250%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률이 매우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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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는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국내 거래소를 통해 하는 것이 편리하다.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이 있다. 홈페이지나 앱에서 실명 인증을 통해 회원 가입을 하고 거래를 하면 된다. 소수점 단위로 매매도 가능하다.

비트코인 외에 다른 ‘코인’도 있지만 비트코인보다 불안하다는 관측이 많다. 비트코인은 거래 속도가 느리고 채굴량이 한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고 이를 보완해 만든 가상 화폐(알트코인)가 많이 있다. 스마트 계약에 특화된 ‘이더리움’, 송금이 빠른 ‘리플’ 등이 대표적인 알트코인이다. 이더리움·리플 정도는 어느 정도 제도권에 들어왔지만, 그 밖의 가상 화폐는 변동성이 너무 커 일반인이 쉽게 손대기엔 위험하다. 예를 들어 머스크가 장난처럼 트위터에 자꾸 올려 화제가 되는 ‘도지코인’은 올해 들어 가격이 980% 올랐다가 지난 한 주 동안 30% 폭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Q5. 비트코인에 정부 화폐가 밀리면 망신 아닌가. 중앙은행은 손 놓고 있나.

각국 정부는 아직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비트코인이 달러 같은 ‘화폐’인지, 부동산 같은 ‘자산’인지를 확정하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이미 현금 사용이 많이 줄었고,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화폐의 사용처가 점점 늘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중앙은행들도 하나둘 디지털 화폐에 뛰어들고 있다.

중앙은행이 만드는 디지털 화폐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 불리는데,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선전시에서 시민 5만명에게 디지털 위안화 200위안씩을 나눠주고 ‘실험’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CBDC 실험은 미 달러가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도전하려는 목적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매사추세츠공대와 ‘디지털 달러’를 수년 동안 공동 개발해왔다는 사실도 지난해 밝혀졌다. 한국은행은 삼성SDS·EY한영 등과 함께 CBDC 연구를 시작하고 관련 법규를 점검 중이다. 중앙은행이 가상 화폐에 손을 대는 것이 비트코인엔 위협이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디지털 화폐를 중앙은행이 찍어내기 시작하면 비트코인이 무력화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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