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안, 美상원 찬성 57표·반대 43표로 부결
각종 수사에 ‘내란 선동자 공직 출마 금지법' 발동될 수도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투표 결과가 상원TV 방송 화면에 비치고 있다. 상원은 이날 탄핵안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 상원TV 제공. 판매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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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미 상원에서 부결됐다. 연방 상원은 13일(현지 시각) 내란 선동 혐의를 받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7표, 반대 43표로 부결했다. 탄핵엔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2 인 6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10표가 모자랐다. 이로써 지난달 6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선동으로 그의 극렬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를 인증하려던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고 5명이 숨진 사건은 39일 만에 트럼프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종결됐다.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50명 전원이 트럼프가 유죄라며 탄핵에 찬성했고, 공화당 의원 50명 중 43명은 반대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대선에서 큰 득표력을 보였고 퇴임한 지 얼마 안 된 트럼프가 아직 공화당을 굳게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겁쟁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지지층에게 보복당할까 봐) 자기들 자리 보전하는 것 말곤 안중에 없었다”고 비난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 7명이 찬성한 것을 두고 ‘역사상 가장 초당적인 탄핵안 투표’(워싱턴포스트)란 해석도 나왔다. 앞서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표결 땐 이들이 속한 민주당에서 단 한 표의 이탈표도 나오지 않았고, 2020년 트럼프 대통령 1차 탄핵 때도 공화당에서 1명만 찬성했는데 이번에 대통령 소속 당의 반란표가 꽤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공화당 비난하는 펠로시 - 13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마이크 앞)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회견에서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탄핵안에 반대한 것과 관련해 “겁쟁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이라고 비난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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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 공화당 의원 7명 중 2022년 중간선거에 나서는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을 제외한 6명은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향후 3년간 유권자의 심판을 받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은 이번에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전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위헌이라고 봐서 반대표를 던졌다”면서도 “의회 폭동 사태에 실질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트럼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탄핵안 부결 직후 성명을 내 “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 끝났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역사적이고 애국적이며 아름다운 운동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중간선거 지원 활동을 시작으로 2024년 대선 출마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임기 종료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오전 일찍 백악관을 떠나기 위해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에 오르는 트럼프.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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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탄핵 족쇄만 풀렸을 뿐, 트럼프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앞날엔 장애와 변수가 적지 않다. 우선 대통령 면책 특권이 없어지면서 여러 수사에 직면할 수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뉴욕주 검찰과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재단의 탈세와 보험·대출 사기 등과 관련된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트럼프와 자녀 등을 기소할 예정이다. 또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며 주 국무장관 등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할 움직임이다. 워싱턴 DC 검찰 역시 의사당 폭동 사태의 주 책임자로 트럼프의 기소를 검토 중이다.
자축하는 트럼프 변호인단 - 13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 지하철에 탑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인단 소속 마이클 반 데르 빈(왼쪽에서 둘째) 변호사가 트럼프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후 동료 변호사와 주먹을 부딪치며 웃고 있다. 트럼프는 탄핵안 부결 직후 성명을 내 “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 끝났다”고 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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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의사당 폭동 사태로 ‘트럼프’란 정치 브랜드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그의 소셜미디어 사용부터 자금 모금, 공화당 주류와의 협력 등 모든 것이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수 진영 핵심 인사들은 잇따라 트럼프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등 차기 대선 유력 주자들이 트럼프와 결별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다음 선거 때 출마를 못 하도록 또 다른 압박 카드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탄핵안이 가결되면 그 여세를 몰아 의회에서 대선 출마 자격 박탈까지 밀어붙일 계획이었지만, 탄핵 부결로 일단 무산됐다. 그러자 민주당 일각에서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한 경우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 공직 출마 금지는 상·하원 과반 찬성만으로 가결된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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