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의 무허가 구금 맞서
시민들, 밤샘 순찰로 저항
대규모 항의 시위 잇따라
미얀마가 민주화 시대 이전으로 회귀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법원 허가 없이 시민을 체포·압수수색할 수 없도록 한 법령의 효력을 13일(현지시간) 중단했다.
쿠데타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주요 인사들은 야간에 기습 체포됐고, 항의 시위에서 경찰의 실탄을 맞은 시민이 뇌사에 빠지는 등 희생자들도 나왔다. 시민들은 군부의 기습체포에 맞서 밤샘 순찰을 돌며 저항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개인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 보호법’ 제5·7·8조의 효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정권이 들어서면서 도입된 이 조항은 법원 허가 없이는 시민을 24시간 이상 구금할 수 없도록 하고, 개인의 거주지·사유지를 압수수색할 때도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정이다.
하지만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민주화 이전으로 미얀마를 되돌려놓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로 모든 통신에 대한 당국의 감청도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인한 희생자도 나왔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 9일 네피도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실탄으로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19세 여성이 뇌사에 빠졌다.
20세 생일을 이틀 앞두고 시위에 참가했다가 결국 의식을 찾지 못한 이 여성의 가족들은 지난 13일 산소호흡기 제거에 동의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10대 여성의 희생으로 Z세대 등이 군부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어 저항운동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부는 물대포와 고무탄, 최루가스 등으로 강경대응을 지속하고 있지만, 시위는 더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수도 네피도 등에서는 수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시위가 14일까지 9일째 계속되고 있다.
인권감시 기구 휴먼라이트워치는 시위가 일어난 지난 1주일 동안 350명 이상이 체포됐고, 현재 이들의 생사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군부가 쿠데타에 반대하는 야권 운동가 7명에 대해 지명수배령을 내리는 등 야간 기습체포를 시도하자, 시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밤샘 순찰대까지 결성했다.
14일 BBC에 따르면, 젊은이들로 구성된 야간순찰대는 거리에서 군경 차량이 보이면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시민들에게 기습체포 사실을 알리고 있다.
실제 지난 12일 시민불복종 운동을 지지한 킨 마웅 르윈 만달레이 의과대 총장, 아웅란 병원 의료과장 등이 체포되려 하자 주민들이 경찰을 막아서기도 했다.
BBC의 미얀마 현지 특파원인 네인 찬 아예는 “미얀마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군경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밤새도록 깨어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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