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용료와 TV 수신료를 비교하는 시대
미디어미래연구소 "TV 등 기존 미디어 가치 재고해야"
"수신료 인상 논의에 앞서 지불의사 높일 조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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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콘텐츠서비스(OTT) 등 개인이 취사선택해 구독료를 지불하는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TV 수신료 거부 움직임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수신료 인상에 앞서 공영방송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미디어미래연구소는 'TV수신료에 대한 연구: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고민'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최근 영국 TV 수신료 현황을 근거로 한국 수신료 제도의 방향성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하기 위해 발간됐다.
많은 국가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수신료 제도를 개편했지만, 영국은 대표적으로 수신료를 기반으로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 중 하나다. 다만 최근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이용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영국에서도 수신료 제도를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는 TV 수신료를 내지 않으려는 국민이 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OTT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 꼽힌다. 영국 넷플릭스 가입자만 1700만명에 달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BBC와 넷플릭스를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영국의 TV 수신료 수입도 35억2000파운드(약 5조3450억원)로, 전년 대비 1억7000만파운드(2605억3010원)가 줄었다. 영국의 지난해 기준 TV 수신료 회피율도 7.25%로, 전년(6.57%) 대비 소폭 증가했다. 회피율은 2011년 5.5% 수준에서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회피자가 늘어나면서 TV수신료 징수 비용도 같은 기간 2.8%에서 3.4%로 늘어났다.
또한 최근 75세 이상 고령자가 있는 가구에 제공하던 TV 수신료 면제 혜택을 없앤 것도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나는데 한몫했다.
2015년 영국 고용연금부와 BBC는 BBC에 제공하던 75세 이상 가구 대상 TV수신료 면제를 위한 보조금 재원을 지급하지 않는 것에 합의했다. 대신 BBC는 수신료를 물가에 연동해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BBC는 75세 이상 모든 인구가 아닌 연금 크레딧 수급자에 한해 TV 수신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면제 혜택은 기존 450만 가구에서 150만 가구로 많이 축소됐다. 수신료 면제 혜택이 사라지자 영국 내에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영국 공영방송 환경을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국 공영방송과 달리 영국 BBC는 전체 재정의 71%를 TV수신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46%에 불과한 한국과 달리 공적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지역방송이나 재난방송,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디어 서비스 등 수익성은 낮지만 공적 가치가 높은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또한 영국은 한국보다 수신료가 훨씬 비싸다. 영국의 지난해 수신료 수입은 한국 수신료 매출액의 8배 수준이다. 평균 가구원 수를 감안하면 영국인은 하루 253원에 공영방송을 보는 셈이 된다. 반면 한국인은 겨우 하루 34원에 공영방송을 보고 있다.
다만 공영방송 수신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던 영국에서도 수신료를 둘러싸고 반감이 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내 수신료 환불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KBS는 지난 한 해 동안 3만6273가구에 수신료를 환불했다. 연간 KBS 수신료 환불은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1만6000건 안팎에 머물렀으나 △2017년 2만246건 △2018년 3만55331건 △2019년 3만5765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수신료는 현재 TV가 있는 가구면 KBS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전력을 통해 전기료와 함께 부과된다. 만약 TV가 없어 보지 않는다고 한전에 알리면 수신료를 환불받을 수 있다. 단, TV가 있지만 KBS만 보지 않는다는 것은 환불 사유가 되지 않는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최근 넷플릭스 등 OTT 가입자 모델과 수신료 모델을 비교하는 젊은 이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의 시청자들은 내가 인정하는 경험에는 지불의사가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경험에는 지불하고 싶지 않아 한다"며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공영방송이 시청자의 지불의사를 높일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미디어 매체로서의 가치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현재 수신료 관련 논의가 수신료 인상을 위한 목적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 서비스를 위한 재원은 근본적으로 기존 제도의 연장만으로는 답을 낼 수 없다"며 "뉴스보도와 방송, 인터넷, 경영 등 공영방송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OTT와 같은 개인이 선택해서 미디어를 구독하는 시대에는 TV 수신료 구조 역시 개인 의사에 의한 것과 공공 서비스 이용에 따른 지불 재원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소장은 "디지털 미디어환경에서의 수신료는 지불 의사를 바탕으로 한 개별 지불과 보편적이고 풍부한 사회적 환경을 위한 기본적인 지불로 이원화가 필요하다"며 "공공 서비스 재원과 시장 서비스 재원으로 재원 구조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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