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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업체 페이팔·스퀘어에 이어 테슬라가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트코인이 언젠가 새로운 화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처럼 실물경제의 매개(지불수단)로 자리 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했다며 향후 테슬라 차량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머스크 CEO의 깜짝 발표에 열광했고, 비트코인은 9일 4만8226달러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화폐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교환 매개'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환 매개는 거래 과정에서 지불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비트코인의 거래 수수료, 변동성은 일상생활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받아들여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을 결제하려는 사람들에게 비트코인 수수료는 큰 부담이다. 비트인포차트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 중간값은 5.4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수수료 평균은 11달러가 넘으며, 결제 시 네트워크 트래픽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비트코인 거래가 많으면 수수료가 폭등한다. 지난 3개월간 하루 평균 거래 수수료는 2.18달러부터 17.20달러까지 다양했다.
WSJ는 "스타벅스에서 4달러짜리 커피 한잔을 사려는 이용자들에게 비트코인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만 값비싼 사치품 구매에는 수수료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테슬라의 모델S와 같이 8만달러 이상 고가 제품을 사는 데는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또 다른 장애물은 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9월 이후 4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동성에 출렁인다. 단 하루 만에 20% 폭등과 급락이 가능하며 이유 없이 가격이 추락하기도 한다.
실제로 비트코인 결제에 뛰어들었다가 변동성 탓에 큰 손해를 본 소매점들도 있다.
미국 조지아의 자동차 딜러인 크리스토퍼 바샤 씨는 2015년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받고 있다. 그는 "결제 플랫폼에서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데 몇 분이 걸리며, 가격 변동으로 인해 거래당 300~400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비트코인 관련 은행이나 금융 중개인이 없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딜러에게는 비트코인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최근 미국이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통화감독국(OCC)은 지난달 5일 은행 및 금융기관이 결제수단으로 공용 블록체인과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대부분 은행이 달러와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됐다. 테슬라도 '제3자 결제'를 통해 변동성 위험을 줄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세금 부담도 크다. 미국 국세청은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재산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소유자들은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WSJ는 "테슬라의 발표를 둘러싼 '대소동'에도 불구하고 거래 측면에서 비트코인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WSJ에 따르면 비트코인 결제를 수용한 업체에서 가상화폐 결제는 전체 매출의 약 5%에 불과하다. WSJ는 "이를 테슬라에 적용한다면 비트코인을 통해 결제된 차량은 지난해 판매된 50만대 중 2만5000대뿐"이라며 "반면 비트코인 소유자 간 거래는 하루 수십만 건에 이른다"고 했다.
JP모건체이스도 다른 대기업들이 테슬라를 따라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업 재무 포트폴리오는 은행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채권 등으로 채워지며 연간 가격 변동률은 1% 수준인데, 비트코인을 추가하면 가격 변동률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포트폴리오의 1%를 비트코인으로 채우면 비트코인의 연간 가격 변동률(80%)로 인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격변동률이 8%로 늘어날 수 있다고 JP모건체이스는 설명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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