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하자 23% 급등 역대 최고가
대체자산 투자에 금값도 올라
“테슬라, 플랫폼기업 도약 전략”
비트코인 변동성 커 불안 전망도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거래가가 5천만원을 넘은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 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미국의 테슬라가 약 1조7천억원 규모의 구매를 공시한 직후 역대 최고가로 거래됐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테슬라가 달리는 비트코인에 날개를 달았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8일(현지시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15억달러(약 1조6800억원)어치를 지난달 사들였으며,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어 “앞으로도 자산 다각화와 보유현금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디지털 자산을 더 매입할 수 있으며 일부는 금과 같은 대체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첫 자동차 제조사가 됐다. 지난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페이팔과 스퀘어 등 온라인 결제업체와는 영향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공시가 나온 직후 급등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 시세를 보면 9일 오후 4시 현재 23% 가량 급등한 코인당 4만8000달러선에서 움직이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국내 거래업체 업비트에서는 5120만원까지 치솟았다. 테슬라의 이날 발표는 자산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줬다. 테슬라가 금괴나 금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는 소식에 금 선물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당 1.1%(21.20달러) 오른 1834.2달러에 마감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결제시스템과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급등했다.
테슬라의 이같은 결정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이전부터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는 점에서 놀랍지는 않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 계정의 자기소개란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돌이켜보면 그것은 불가피했다”는 묘한 글을 남겼다. 최근에는 음성 기반 사회적관계망인 ‘클럽하우스’에 나와 “비트코인은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최소한 8년 전에 샀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엔비시(CNBC) 등 외신들은 테슬라의 결정이 다른 세계적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쳐 암호화폐 시장의 확대는 물론 판 자체가 바뀌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암호화폐에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캐나다 투자은행 알비시(RBC)캐피털마켓은 이날 보고서에서 “우수한 보안소프트웨어를 갖춘 애플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해 거래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이 단순 투자목적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경영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암호화폐 전문가인 한대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머스크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데이터와 통신망을 연결하는 사업을 구상하면서 결제 분야에 비트코인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워낙 커 테슬라 실적도 덩달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시세가 테슬라의 매수가격(장부가치)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 비용으로 잡혀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테슬라에 호의적이었던 일부 헤지펀드들이 비트코인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따져보겠다고 경고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4.7 재·보궐선거 이후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