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현지 시각) 발칸반도 국가 세르비아의 즐라티보르 론카르 보건장관이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자국 내 최초로 접종받고 있다. 세르비아는 이날 전국적으로 중국 제약사 시노팜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유럽 대륙에서 시노팜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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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국가들이 백신을 구하러 유럽연합(EU)를 등지고 중국·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중국산 시노팜,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을 공급받기로 한 것이다. 최근 EU가 제약사들 간 백신 수급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세르비아. 세르비아는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유럽 최초로 중국 시노팜 백신의 접종을 개시했다.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연설에서 “세계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빙산에 부딪혔고 그중 부유층(부유한 국가)만이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면서 백신을 구할 수 없는 빈국의 설움을 드러냈다. 동시에 자국의 중국·러시아 백신 구입을 정당화했다.
2일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발칸반도 6개 국가(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코소보, 몬테네그로, 보스니아)에 백신 구매 명목으로 7000만 유로(약 940억원)를 지원했다. EU가 회원국으로 가입하라며 회유 중인 국가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아직 백신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망한 이들 국가는 속속 중국·러시아산(産) 백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몬테네그로 보건부는 “최근 중국 백신 15만회분 구입 계약을 체결했고, 5만회분 러시아 백신도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니아 역시 “1월 중순 모스크바, 베이징, 화이자 측과 동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마케도니아 정부 관계자는 FT 인터뷰에서 “(백신 수급 문제에서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중국·러시아는 도움을 주고 서방 정부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중·러 백신을 구입할 것이라 언급했다.
알바니아의 경우도 마찬가지. 알바니아는 중국·러시아에 대해 뿌리깊은 역사적 불신을 드러내왔다. 30년 전 이곳을 지배했던 독재정권이 중국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초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중국·러시아에게 백신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라마 총리도 최근 FT 인터뷰에서 “2009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합류한 우리가 아직껏 EU로부터 상징적인 (백신) 물량조차 공급받지 못하고 있단 사실이 실망스럽다”면서 “EU가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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