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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올 봄 ‘탄산대란’…유통·조선업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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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유화공장 가동률 급락

노후 플랜트 보수기간도 길어져

탄산 공급부족·가격 급등세 촉발

3월 신선배송·선박용접 차질우려

백신접종 개시땐 수요 더욱 늘듯

헤럴드경제

미국 미시간주 포티지의 화이자 공장에서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직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운송 상자에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탄산 공급이 줄어 이를 공급하는 고압가스 업계가 고충을 겪고 있다. [연합]


올 봄 산업계에 ‘탄산 공급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오는 3월부터 5월까진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 공장의 정기 유지보수로 인해 탄산 공급량이 더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식품 신선배송은 물론 각종 용접작업 등의 탄산이 필요한 공정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탄산 소비 최일선에 있는 고압가스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탄산 공급부족과 가격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3일 “3월부터 5월까지는 석화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탄산 생산이 안 되기 때문에 초비상 상태”라며 “날씨가 따뜻한 봄에 드라이아이스 공급이 어려워져 신선배송부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탄산은 정유 및 석유화학공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탄산메이커’라 불리는 정제업체들이 받아 가공해 만든다. 이를 전국 300여곳의 고압가스충전업체가 받아 판매하는 식으로 유통된다. 액화탄산과 고체탄산으로 크게 나뉜다. 고체탄산은 신선 식품 배송 때 저온을 유지하는데 주로 쓰이는 드라이아이스다. 이 외에도 탄산은 용접에 쓰이기 때문에 제조업에도 필수다.

탄산 공급난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됐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공장 가동률도 낮아지면서 탄산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유 및 석유화학사의 공장 가동률은 예년의 50% 수준에 그쳤다.

공장 가동이 안되면서 탄산의 원료인 부산물 생산량도 줄었다. 가스공업조합에 따르면 충전업체로 넘어오는 탄산량이 예년에는 연간 70만t 수준이었는데, 지난해는 40만t도 채 되지 않았다. 올해도 공급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시장의 석유화학제품 재고가 충분해, 공장 가동이 예년에 못미칠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여기에 3~5월에 진행되는 석유화학사의 정기 유지보수는 탄산 공급 면에서는 ‘보릿고개’다. 정기 유지 보수 기간에는 공장 가동을 멈추기 때문에 탄산 공급이 급감한다. 석유화학사들의 플랜트 노후가 진행되면서 정기보수 기간도 평균 20일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한달까지로 늘어, 공급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탄산을 공급하는 고압가스 업계는 가격급등이란 이중고도 겪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못미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국내 최대 탄산메이커인 태경케미컬의 지난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kg당 190원이었던 탄산가스 판매가격이 지난해 3/4분기에는 235원으로 23.7% 올랐다. 이 수치를 두고도 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심화된 가격 급등세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 지적했다. 고압가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100% 오른 곳도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가격도 부담이지만,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을 해소하는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 설명했다.

심 회장은 “2월까지는 기온이 낮아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그나마 적은 편이지만 봄이 되면 신선배송을 위해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며 “신선배송 뿐 아니라 용접 같은 뿌리산업에도 어려움이 전가될 것”이라 우려했다.

탄산 공급란은 최근 훈풍을 타고 있는 조선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LNG 운반선 등 선박 수주를 이어오고 있는데, 선박 용접작업에도 탄산이 필요하다.

향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고체 탄산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콜드체인을 통해 유통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달 중순께 코로나19 의료진에 우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만큼 백신 유통 과정에서 초저온 유지를 위해 고체 탄산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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