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제기된 아파트 76곳 가운데 32곳 '강남 아파트'
테러 가능성 언급.."헬멧 벗어라" 요구하기도
배달 라이더들과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자(가운데)가 2일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아파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위에 “갑질 아파트·빌딩의 관리 규정과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배달노동자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개선안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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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배달 노동자들에게 추운 겨울 날씨에도 '흉기를 소지했을지 모른다'며 패딩을 벗으라고 강요하는 등 이른바 '갑질'에 대한 실태조사 및 개선안을 요구하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잇달아 제기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는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 노동 이용자의 편리함 뒤에, 배달 노동자들은 노동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 등으로부터 사진 등 제보를 받아 아파트 76곳, 빌딩 7곳 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이날 진정이 제기된 아파트 76곳 가운데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는 총 32곳에 달했다. 이어 서초구(17곳), 용산구(6곳), 마포구·양천구·송파구(각 4곳)의 고가 아파트들이 뒤를 이었다.
이들 아파트에서는 지상으로 다닐 경우 아파트 경비원이 쫓아오거나 주민이 오토바이 열쇠를 뽑아 경비실에 가져다 놓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딩 7곳 중에선 서울 용산구와 중구 소재 대기업 본사 빌딩 2곳과 여의도 복합쇼핑몰과 명동 소재 백화점 등이 포함됐다.
홍현덕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사무국장은 "여의도 소재 복합쇼핑몰 내 음식점에 음식을 픽업하러 가는데 '헬멧을 벗으라'며 출입을 제재했다"며 "왜 벗어야 하느냐고 묻자 보안요원은 '테러의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테러를 할 수 도 있다는 건데 우리가 테러범인가"라며 반문했다. 명동 소재 백화점에서도 배달 노동자들은 주차장 출입 대신 길 건너편에 오토바이를 세운 채 헬멧을 벗고 걸어 들어가야 했다.
김영수 지부장은 "겨울에는 패딩 안에 흉기를 소지하고 입주민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으니 패딩을 벗으라는 아파트도 있다"며 "나와 많은 노동자가 범죄자 취급받는다는 걸 그때 깨닫고 너무 충격을 받아 그날 일을 쉬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거주자의 안전, 음식냄새 등을 이유로 본인들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배달 라이더를 무시하고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을 강요하고 있다"며 "배달라이더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하찮은 노동으로 취급하는 이런 사회적 편견은 높이 솟은 아파트와 빌딩이 만들어낸 현대판 신분제도인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그러면서 "거주자의 안전 때문에 도보배달을 요구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에 배달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아파트와 빌딩의 관리 규정 및 실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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