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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바이든 보란듯이 IS 자폭테러…美 중동외교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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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연쇄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중동 외교의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이번 테러로 중동 내 미군 철수 계획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 향후 조 바이든 행정부 중동 외교 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그다드 중심부 밥 알샤르키 지역에서 21일(현지시간) 연쇄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2명이 숨지고 110명이 부상당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살 폭탄 조끼를 착용한 테러범 2명이 시장 한가운데서 자폭했다.

IS는 자신들의 선전 매체인 아마크뉴스통신에 "시아파 무슬림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이라크 군 당국도 이번 테러를 저지른 단체로 IS를 지목했다. 자살 폭탄 테러는 IS가 주로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것은 2018년 1월 이후 3년 만이라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이번 테러가 이라크 내 미군 철수 본격화로 생긴 힘의 공백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P통신은 지난 1년간 이라크 주둔 미군을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시킨 데 따른 치안 공백으로 이번 테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미군을 5200명에서 2500명까지 축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알리 아크람 알바 야티 이라크 인권고등위원회 위원은 본인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테러리즘 재개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보안 기관의 약점을 드러냈다"고 적었다.

타흐신 알하파지 이라크 합동작전사령부 대변인은 "테러범이 붐비는 시장 한복판에서 큰소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뒤 첫 번째 폭발물을 터뜨렸으며 곧이어 두 번째 폭탄도 폭발했다"면서 "IS 잔당들이 군사작전에서 많은 타격을 받은 후 존재감을 입증하기 위해 테러를 일으켰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번 테러로 인한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산 모하메드 알타미미 이라크 보건부 장관은 "부상자 중 일부는 심각한 상태"라며 "수도에 있는 모든 병원이 부상자 치료에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IS는 2014년 이라크 국토 3분의 1을 점령하고 바그다드 외곽으로까지 세력을 떨쳤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지원을 받아 2017년 말 IS를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IS는 2019년 3월 최후 거점이었던 시리아 바구즈를 함락당한 이후 공식적으로 패망했다.

CNN에 따르면 IS 잔당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각 지역에서 점조직 형태로 테러와 게릴라 공격을 벌이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폭탄 테러를 "잔인하고 무자비한 행동"이라고 비난한 뒤 이라크인에게 포격을 우애와 평화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오는 3월 IS 박해로 무너진 기독교 공동체를 격려하고자 이라크를 방문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라크 국민은 평화와 안정, 단결 저해를 목표로 폭력과 공포를 확산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앞둔 지난 19일 연례 신년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근절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임 바이든 정부가 이라크에서 테러 조직과 맞서고 지역을 안정시키기 위해 관심과 약속을 보여줄 중요한 결단을 몇 주 안에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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