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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법원, “신상공개 부당하다”는 박사방 피고인을 꾸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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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따’ 강훈이 낸 공개 취소 청구 기각

한겨레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 재판이 열린 지난해 7월1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연대의 의미로 끈을 잇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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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지난 15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씨의 공범 ‘부따’ 강훈(20)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피의자 신상공개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하며 판결문에 이렇게 썼다. 앞서 강씨는 조씨의 텔레그램 그룹방 권한을 갖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퍼뜨리며 외부에 박사방을 홍보하는 등 회원 모집·관리, 홍보 역할을 했던 핵심 공범으로 지목돼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다.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강씨의 이름과 나이 등을 공개했다.

강씨 쪽은 신상공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박사방 운영의 도구처럼 이용됐다”며 신상공개의 가혹함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첫 형사재판에서도 강씨 쪽은 “야동(야한 동영상)으로 고3 스트레스를 풀려고 텔레그램을 하던 중 ‘희귀 음란물을 보여주겠다’는 제안에 조씨에게 자신의 신체 노출 사진을 보내자 그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재판에서 이를 “(허위) 시나리오”라며 일축했지만 강씨 쪽은 “조씨의 협박을 이겨내고 가담 내용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어 재범 가능성은 전혀 없으므로 신상공개로 재범 방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상공개 취소 청구 소송을 심리한 재판부는 강씨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박사방 사건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아동·청소년·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의 제작, 유포 실태와 비인격성을 낱낱이 알게 해 큰 충격을 줬고 사후 동일한 형태의 범죄를 근절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역사적 계기가 됐다”며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비범성을 갖는 박사방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비해 더 두텁게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범죄 가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호기심만 충족시키는 것으로, 언론이 과도하게 선정적으로 보도할 경우 모방범죄를 유발한 가능성도 있다”는 강씨 쪽 주장도 일축했다. “신상공개는 추가적인 재범에 나아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줘 유사 범죄에의 가장 소극적인 역할로도 가담하지 않도록 하는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강씨 쪽은 “갓 미성년자를 벗어난 어린 나이인 강씨가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 사건 이후 가족들은 지역 주민들의 시선과 비난을 피해 이사를 가는 등 사실상의 연좌제를 겪는 점을 고려하면 공익에 비해 가해지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상공개 당시 미성년자였던 강씨의 장래와 교화 가능성 등은 신상공개를 결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중대한 사익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박사방 사건과 이에 가담한 강씨 행위의 사회적 의미와 그 해악, 극심한 피해, 그 행위의 비난 가능성 정도,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방지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 등에 따라 인정되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의 필요성보다 중대한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씨에 대한 1심 형사재판 선고는 오는 21일에 열린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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