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피소 정황 유출한 남인순, 의원직 내려놔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박원순 피소' 정황을 유출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성추행 피해자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18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인 피해자는 입장문을 내고 남인순 의원을 향해 "이제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은폐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공동변호인단 등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남인순, 김영순, 임순영 세 사람에 의해 7월의 참담함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검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 8일 김영순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 공동대표는 박 전 시장에 대한 피소 정황을 전달받은 뒤 즉각 남 의원에게 전화했다. 남 의원도 직후 임순영 당시 서울시장 젠더특보에게 전화했다. 검찰은 이들의 사적 친분을 바탕으로 유출 정황이 유출됐다고 파악했다. 남 의원은 여성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했고, 임 특보는 남 의원실 보좌관 출신이다.

피해자는 입장문에서 "남인순 의원께서는 피소사실과 피소예정사실이 다르다는 프레임을 만드시려는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남 의원은 지난 5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는 피소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다"며 "다만 저는 (지난해) 7월 8일 오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화로 '박원순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느냐'라고 물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에 대해 "피소사실보다 피소예정사실의 누설이 더 끔찍하고 잔인하며,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 발표 전까지 김 전 공동대표 등이 해당 유출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편에서 상처를 보듬어줘야 할 대표성을 지닌 세 분이 함구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보호함으로써 2차가해 속에 저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또 "남인순 의원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저의 명예를 훼손시켰고, 더욱 심각한 2차가해가 벌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다"고 했다.

피해자는 남 의원을 향해 "이제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은페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자기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당신의 지난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행동을 이제 그만 멈추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피해자 입장문 전문

[피해자 입장문]

남인순 의원님, '그날의 잘못'에 책임지는 행동을 촉구합니다.

검찰 조사 결과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7월 당시 임순영 젠더특보의 '복수의 경로로 들었다'는 말이 소명되기 부족한 조사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남인순, 김영순, 임순영 세 사람에 의해 7월의 참담함이 발생했고, 오늘까지 그 괴로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상황에 책임지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 분의 잘못된 행동의 피해자는 저뿐만이 아닙니다.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에 헌신하며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충격이 되었고, 의지할 곳 없이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았던 저와 같이 연약한 피해자들에게 두려움과 공포가 되었을 것입니다.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고소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생각해도 너무 끔찍합니다. 남인순 의원께서는 피소사실과 피소예정사실이 다르다는 프레임을 만드시려는 것 같은데, 피소사실보다 피소예정사실의 누설이 더 끔찍하고 잔인하며,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10시간 조사를 받는 중에 피의자 쪽에서는 대책 회의를 통해 이미 모든 상황을 논의하고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지 않아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계획대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고, 상대방을 용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모든 기회를, 세 분이 박탈했습니다.

저는 이번 조사에서도 가명으로 모든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런데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전에 4월 사건의 피해자라는 신원이 특정되었고, 대책 회의를 통해 내부 직원들이 이 사실에 대해 이미 알게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곳이 진정 법치국가입니까? 저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한 것이 맞습니까? 여성과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앞장선 사람들의 안중에 저는 없었습니까?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편에서 상처를 보듬어줘야 할 대표성을 지닌 세 분이 함구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보호함으로써 2차가해 속에 저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기회는 많았습니다. 무자비한 2차가해 속에 양심선언을 하면서 저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남인순 의원님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저의 명예를 훼손시켰고, 더욱 심각한 2차가해가 벌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제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은페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십시오. 당신의 자리는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여성'과 '인권'의 대표성을 지닌 자리입니다. 당신은 작년 7월, 그 가치를 포기했습니다.

국회의원은 자기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국민의 대표로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입니다. 당신의 지난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행동을 이제 그만 멈추시길 바랍니다.

2021년 1월 18일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