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범계 청문회가 김학의 사건 청문회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긴급 출국금지 논란이 25일로 예정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법무부의 전ㆍ현직 고위 간부들이 대거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
“피신고인, 박상기ㆍ김오수ㆍ차규근”
중앙일보가 입수한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관련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신고 대상 1번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인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공익신고자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과 차규근 현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당시 법무부 고위 간부들도 불법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신고 대상으로 이름을 적시했다.
이처럼 공익신고자가 2019년 3월 23일 새벽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조치가 취해질 당시에 법무부에 근무한 최고위 간부들을 신고 대상으로 적시한 이면엔, 당시 긴급 출금 조치가 출입국 담당 일선 공무원들의 일탈이 아닌 지휘부의 조직적 행동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9년 9월 9일 오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박수를 받으며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박 전 장관 오른쪽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신고서엔 긴급 출금 조치를 위해 당시 대검 과거사위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작성한 허위 신청서뿐만 아니라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이 전방위로 불법에 가담한 정황이 증거자료와 함께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법무부 소속 일선 공무원들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이전에 수백 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여부를 조회한 사실도 첨부됐다.
━
野 “법무부 대대적 불법 행위”
이와 관련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김학의 전 차관을 엄벌하라’는 대통령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 공식 정보망에 불법으로 들락거리면서 형사 피의자도 아닌 한 개인을 마구잡이로 불법 사찰하는 것이 용인되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신고서를 접한 법조인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신고서만 갖고도 해당 인사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자료가 구체적”이라며 “일선 출입국 관리 공무원들의 판단만으로 이 정도의 대대적인 불법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치권에선 긴급 출금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 가능성도 확산하고 있다. 긴급 출금을 주도한 이규원 검사와 당시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의 친분 때문이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36기 동기생으로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1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이 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를 주도한 이규원 검사와 사법연수원 36기 동기생이다. 두 사람은 같은 로펌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수원 36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두 사람은 연수원생 시절 함께 ‘통일법학회’ 회원으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긴급 출금뿐 아니라 김학의 사건을 증폭하는데 ‘이광철-이규원’ 라인이 작동했을 여러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
박범계 “말할 입장 못 된다”
하지만 전ㆍ현직 소속 공무원들의 대대적인 불법 행위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법무부는 지난 12일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 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는 해명을 낸 뒤 현재까지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각종 현안에 대해 SNS 등으로 입장을 밝혀오던 추미애 장관 역시 이 사안에 대해선 침묵 중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전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길에서 “제 위치에서 말할 입장이 못 된다”며 말을 아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야권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경우, 박 후보자가 곧바로 검찰 인사를 단행해 해당 사건 수사팀을 해체하는 동시에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5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박 후보자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여권 관련 수사를 했던 검사들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좌천 인사, 징계했던 법무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절차상의 불법과 위법이 뒤따른 수사는 어떠한 경우라도 인정받을 수 없다"며 " ‘우리 편 검사’의 불법은 착한 불법이냐. 이런 게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