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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영상]김학의 일단 잡아라...출금 서류도 없이 출동한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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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수시로 챙긴 靑민정실… 불법 출국금지 관여했나

가짜 출금요청서조차 안 왔는데 29분 먼저 달려가 탑승 저지

법조계 “상부 지시없이 그랬겠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의혹과 관련, 법무부 직원들이 긴급 출금 요청서가 접수되기도 전에 김 전 차관 출국을 제지하기 위해 출동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상부 지시도 없이 법무부 직원끼리 그랬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와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의혹이 커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인천공항 CCTV 동영상과 공익 신고서를 종합하면,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2일 밤 10시 48분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23일 0시 20분 이륙하는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이때까지 김 전 차관은 출금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출입국 심사를 무사 통과했다.

김 전 차관 출입국 정보를 반복 조회하던 인천공항 정보분석과 직원은 22일 밤 10시 52분 김 전 차관의 출국장 진입을 포착했다. 이 정보는 곧장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본부를 거쳐 대검 진상조사단으로 전달됐다. 법무부가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 명의의 긴급 출금 요청서를 접수한 건 23일 0시 8분이었다.

그런데 약 30분 전인 22일 밤 11시 39분, 법무부 직원 4명이 김 전 차관을 찾으려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공항 CCTV에 잡혔다. 항공사 직원에게 김 전 차관 행방을 묻는 듯한 장면도 찍혔다. 긴급 출금 요청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수색’이 시작된 셈이다.

법무부 직원들은 23일 0시 22분 이륙이 지연되고 있던 109번 게이트 앞에서 김 전 차관을 제지했다. 검찰은 이륙 지연에 당국 개입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항공사 측이 “연결 편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서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고 닷새 뒤 벌어졌다. 여러 법조인은 “김학의 같은 파렴치범을 잡는데 법을 좀 어기면 어떠냐는 태도로 법무부와 청와대가 관여한 걸로 안다”고 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는 법무부 직원들이 출국 정보를 실시간으로 불법 조회한 뒤 미리 출동하고,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허위 출금요청서를 제출하는 과정까지 군사작전 하듯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법조계에서는 “박상기 법무장관보다 윗선의 개입 없이 벌어지기 힘든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靑 민정, ‘김학의 사건’ 계속 챙겼다

2019년 3월 23일 0시 8분 법무부가 긴급하게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 청와대는 김 전 차관 사건을 계속 챙겨왔다. ‘불법 출금' 5일 전,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조직의 명운을 걸라”며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공개 지시했다. 가짜 사건번호와 내사번호로 허위 출금 요청 서류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는 민변 출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사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검사를 진상조사단에 추천한 게 이 비서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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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서관이 불법 출금 열흘 전인 2019년 3월 14일 민정수석실 윤규근 총경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도 공개돼 있다. 당시 국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별장 동영상' 속 남자가 김 전 차관”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에 대해, 이 비서관은 윤 총경에게 “(발언을) 더 세게 했어야 하는데” “검찰과 대립하는 구도를 진작에 만들었어야 하는데”라고 했다. 청와대가 ‘김학의 사건’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내용이었다.

◇”靑, 대검 조사단 구성부터 관여”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학의 사건’ 재수사의 계기가 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출범 초기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했다. 과거사위가 출범한 2017년 12월을 전후해 당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차관),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현 법무부 검찰국장), 이종근 법무장관 정책보좌관(현 대검 형사부장) 등이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과거사위 운영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 사건 등을 법무부가 직접 조사하기보다 대검에 과거사진상조사단을 두고 조사를 맡기기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이용구 법무차관은 김 전 차관 출금 금지 필요성을 과거사위에 권고했고,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은 출금의 불법 문제가 불거질까봐 사후 수습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출금 신청 접수 前 ‘출금’ 보도

2019년 3월 22~23일 김 전 차관 긴급 출금은 법무부에 출금요청서가 접수되기도 전에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한 언론은 2019년 3월 22일 밤 11시 26분 김 전 차관 출국 시도를 유일하게 보도했다. 그 시각은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있던 때로 긴급 출금 요청 서류가 법무부에 접수되기 전이었다. 김 전 차관의 출금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언론이 실시간 중계한 셈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이거야 말로 공무상비밀누설, 피의사실 유포에 해당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진 권언 유착이었다”고 했다.

출금 여부는 민감한 개인정보이자 수사 기밀에 해당한다. 수사기관은 특정인의 출금 여부를 확인해 주는 것을 금기시한다. 형사입건 단계의 조치라 향후 무혐의가 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나중에 책임질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김학의 출금’을 앞질러 복수의 언론에 유출한 걸로 안다”며 “그게 이제 와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그때는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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