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당시 과거사조사단 위원들
“李검사, 문 열라며 소동… 동부지검 청사가 떠들썩했다”
김학의(왼쪽)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19년 3월 23일 긴급 출국 금지 조치로 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자 선글라스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인천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JTBC |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 핵심 인물인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김학의 사건’을 전담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증언이 14일 나왔다. 한 법조인은 “이 검사가 ‘김학의 사건’을 빼앗듯이 맡았고 진상조사단의 기존 조사팀이 기록을 넘기지 않으려고 사무실 문을 잠그고 대치하는 상황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2018년 2월 출범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김학의 사건’과 형제복지원 사건 등 법무부 검찰과거사위가 재조사를 권고한 사건들을 다섯 팀이 나눠서 맡았다. 각 팀은 변호사·교수 등 외부 위원 3~4명과 검사 2명으로 꾸려졌다.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은 당시 모 부장검사와 A 검사가 있는 5팀이 담당했다.
당시 진상조사단 소속 외부 위원 증언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5팀은 ‘김학의 사건’에 대한 중간 보고서를 만들었다. 거기엔 과거 검찰이 했던 김 전 차관 수사에 대한 평가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규원 검사가 이 보고서와 관련해 A 검사를 찾아가 “내용이 이게 뭐냐”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팀장을 맡았던 부장검사를 비판하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그 며칠 뒤 진상조사단에는 ‘총괄팀’이라는 팀이 신설됐다. 이 검사가 각 팀 사건의 결론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 이후 이 검사는 A 검사에게 ‘김학의 사건’ 관련 기록과 보고서 일체를 갖고 오라고 했다고 한다. A 검사가 “5팀에서 아직 기록을 다 검토하지 못해 당장 주기 어렵다”고 하자 이 검사는 직접 A 검사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A 검사는 사무실 문을 잠갔고 이 검사가 문을 열라고 하는 등 진상조사단이 있던 서울동부지검 청사가 떠들썩해지는 소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당시 진상조사단 외부 위원으로 활동한 한 법조인은 “5팀의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인수 인계 과정에서 서로 감정 상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후 이규원 검사는 2019년 3월 대검에 “김 전 차관을 출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당시는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조사단의 결론이 나오지 않았고 김 전 차관 입건도 이뤄지지 않아 출금 근거가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3월 23일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나타나자 이 검사는 ‘가짜’ 사건 번호와 내사 번호를 적은 긴급 출금 요청 및 승인 서류를 직접 만들어 법무부 출입국 관련 부서에 보냈다. 이를 두고 다른 검사들은 “정권 뜻에 맞춘 의욕 과잉이 부른 참사”라고 했다.
[이정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