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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의 동료 성폭행 사건을 판결한 재판부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을 일부 공개하면서, 박 전 시장이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한지 1년 반께부터 부적절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조성필)는 동료 직원에 대한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아무개씨를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서울시 비서실 전현직 직원들의 회식자리 뒤 술에 취한 동료직원을 성폭행한 전 서울시 비서관에 대한 판결이다. 이날 구속된 정아무개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의전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다.
구속된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정신과 치료는 자신 때문이 아니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피해 때문이라는 취지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정씨의 범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하며 그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을 일부 공개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피해자가 2020년 5월1일부터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고, 5월15일부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공개한 피해자의 진술은 “박원순 시장 밑에서 근무한 지 1년 반 이후부터 박원순이 야한 문자, 속옷 차림의 사진을 보냈고 ‘냄새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달라’는 등의 문자를 받았다” “다른 부서로 이동했는데, 2019년 2월에 ‘섹스를 알려주겠다, 남자를 알려주겠다’며 성관계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원순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 받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단체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이 강조하는 성인지 감수성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사건을 담당해보면 강간, 강제추행이 명백해도 치상까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재판부가 적절하게 판단 내렸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을 고려할 때 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 이사는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의) 워딩들을 구체적으로 쓴 것이 눈에 띈다”고 짚었다.
이날 방청한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재판부가 오늘 피해자의 피해 진술을 확인해줌으로서 (박 시장 사건에서) 있었던 피해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 다른 사건을 통해서나마 박 시장의 추행이 조금이라도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 사건이 아닌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건을 제대로 조사했다면 이미 드러났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피고소인은 사망해 없지만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계속 되는 2차 가해와 관련된 소송에서도 법에 의한 정의를 세우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재판부를 통해 피해자가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미흡한 대처를 호소한 것도 확인됐다”며 “추후 시민사회가 계속 싸울 것이다. 명예훼손, 모욕죄 등 2차 가해 관련 소송에서도 정의를 바로 잡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신민정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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