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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이유를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조성필)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기소된 정아무개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해 상해를 입힌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 직장 동료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사회에 복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의전 업무를 담당한 정씨는 지난해 4월14일 서울시장 비서실 전·현직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만취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 조사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성폭행이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피해자가 드문드문 기억나는 장면을 상세히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비춰 보면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혐의를 부인한 정씨는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박 전 시장 사건과 언론 보도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2020년 5월1일부터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고 11월까지도 계속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 내원해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인 5월15일부터 박 시장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공개한 피해자의 진술은 “박원순 시장 밑에서 근무한 지 1년 반 이후부터 박 시장이 야한 문자, 속옷 차림의 사진을 보냈다” “다른 부서로 이동한 뒤에도 (성희롱)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박원순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편집자주 : 이 문장은 2021년 3월8일자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 결정문에 따라 수정되었습니다. 언론중재위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내용을 보도한 것인데, 이는 가해자의 가해수법을 상세히 게재한 것으로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겨레>는 권고를 받아들여 기사 문장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랫동안 신뢰했던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본 것에 대한 배신감과 수치감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는 (정신과 의사의) 보고서가 있다. 피해자는 이 범행에 대한 직장 내 처리 방식, 허위 소문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고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정씨의 범행에 따른 것으로 봤다.
이날 선고 뒤 피해자를 대리해온 김재련 변호사는 “재판부가 성폭력 사건은 두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피고인이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내려줬다고 판단한다”며 “박원순 시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고소했음에도 법적으로 호소할 기회를 잃었는데, 재판부가 일정 부분 판단해줬다는 게 피해자에게는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도 서면을 통해 “사법정의 실현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공감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변호사단체는 이번 판결이 법원이 최근 강조하는 성인지 감수성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강간·강제추행이 명백해도 치상(상해에 이르게 함)까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재판부가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을 고려할 때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말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피해 진술을 확인해줘서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 다른 사건을 통해서나마 박 전 시장의 추행이 조금이라도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김미향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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