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13일 "당시 현안이었던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그가 출국할 것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자 신속히 출국을 막고 재수사할 필요성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에서 권고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기자단에 알렸다. 오종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위법 논란에 함구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도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중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낸 사람은 없었다. 당 차원의 대응을 피하는 분위기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서류 위조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이성윤 중앙지검장 등은 법무부와 검찰 내부의 대표적인 친여 성향 인사들이다.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서 민주당에서 “검찰 내부의 개혁 주도 세력”(법사위 재선)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추미애 라인’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문제의 출국금지가 있었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9년 3월 각각 법무부 법무실장(이용구),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이종근), 대검 반부패부장(이성윤)이었다.
이날 이 차관은 기자들에게 “실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수사기관의 소관 부서나 사건번호 부여 등의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그간 이들과 호흡을 맞춰 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른다”, “법무부가 알아서 할 일” 등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 차관의 해명에 대해서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법사위 소속 보좌진)는 분위기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날 “출국금지 서류에 쓴 사건번호에 대해 양쪽이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사실관계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며 “수사 현장의 최근 관행을 파악해보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해당 지시·승인을 한 사람을 법무부가 조사해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에서는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또 다른 법사위원은 “서류가 조작됐더라도 민주당이 시킨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정쟁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법사위원 중에 적극적인 반박에 나선 사람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 하나였다. 김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회수하지 않고서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검찰개혁 프레임을 또 꺼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대놓고 봐준 김학의 사건이 재발견되어 김학의가 구속되자 검찰의 분풀이가 이를 조사한 사람들로 향하는 것 같다. 검찰 과거사 조사는 검찰 입장에서 처음으로 당하는 치욕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검찰 입장에서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김학의 사건의 실체를 밝혔고, 검찰의 부정을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출국금지 서류 위조 의혹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이다. 변호사로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사건 주무위원으로 활동했던 김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사위 간사인 이용구 법무실장에게 연락이 와 출국금지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출금을 요청하면 과거사위가 이를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금을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검찰과거사위원회 김용민 위원이 2019년 4월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요청 및 대검의 반대 입장 표명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주당의 이런 반응엔 사건의 전개 자체가 여권에 나쁠 게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김 전 차관이 성매매한 건 확실하고 그게 본질인데 왜 논란이 곁가지로 가냐. 김학의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벌을 주지 않은 것이 더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한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그런 분을 갖고 감쌀 이유가 있냐”며 “절차적 정당성은 중요하지만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는 성범죄자를 옹호하자는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여권 핵심 인사는 “야당은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국민들은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정당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리할 게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심새롬·남수현 기자 saerom@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