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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양도세 완화 카드, 위험한 이유[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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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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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공급된 주택 중 다주택자들(의 주택)이 있다. 세 채, 네 채, 다섯 채 갖고 있는 분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대책이다. (중략) 실제 작년에도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에서 한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졌다.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중과'(올해 6월 시행)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당정이 양도세 강화 유예를 신중 검토하고 있단 일부 언론 보도 직후 나온 발언이라서 시점이 공교로웠다.

하지만 방송을 다시보면 '양도세 완화'라는 해석은 '오해'에 가까워 보인다. 홍 부총리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반대 이야기를 한다. 매물 유도 정책과 관련, "(작년에)양도세, 보유세 강화해서 매물로 내놓게 한 것 말씀이시죠?"라는 사회자 질문에 홍 부총리는 "네"라고 긍정 대답하며 "세제 강화는 일반적인 증세가 아니라 다주택자, 단기투자자 매물을 내놓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에서 2주택·3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했다. 이어 지난해 7·10 대책에선 추가로 각각 10%포인트씩 세율을 더 올렸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와 3주택자는 각각 양도세율이 최대 62%, 72% 수준으로 올라간다. 양도세 '중중과'를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중중과' 시행 시점을 대책 발표일로부터 1년여 뒤인 올해 6월 1일로 잡았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내다 팔 여유를 주면서 '퇴로'를 열어준 셈이다. 홍 부총리도 지난해 대책 발표 자리에서 "양도세 강화로 매물 잠김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내년 5월까지 집을 팔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10일 언급한 다주택자 매물 유도 정책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방송 직후 민주당 일각에선 홍 부총리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킨 당사자는 민주당이었다. 서울시장 보괄선거 등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여당 일각에서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위해 양도세 감면 필요성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6월 예고된 양도세 '중중과'를 12월로 연기하거나 6월 양도세 '중중과'가 예고된 만큼 현행 양도세 '중과'를 아예 일반세율(6~42%)로 낮춰 버리자고 건의했다. 후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뜻한다.

"의견 수준의 건의는 있었지만 비중있게 검토한 적은 없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기재부 내부에선 동조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었지만 국토교통부는 "절대 불가" 입장을 견지했고 민주당 역시 뒤늦게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도, 논의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하루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과거의 민주당 행보로 볼 때 선거철 '카드'로 재등판할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현 시점에서 양도세 완화론은 효과를 떠나서 '위험한' 카드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준다.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기에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해 버리면 '죽도 밥도 안되는' 정책으로 전략해 버린다. 예컨대 6월 양도세 중중과를 의식해 미리 집을 내다 팔았거나 증여를 한 다주택자들은 불이익을 보게 되고 정책을 따르지 않았던 다주택자만 이익을 보게 된다.

6월 전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사실상 감면하는 '파격' 카드를 쓴다면 다주택자 매물 유도에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가 6월 이후에도 중과를 유예할 것"이란 기대감을 키워 결과적으로 정부가 어떤 말을 해도 시장이 안 믿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투기 수요 차단과 과도한 시세차익 환수라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마저 흔들린다. 양도세 카드를 꺼내는 것은 얻은 것보다 잃는 게 많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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