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씨앗·이런 세상에서 지혜롭게 산다는 것
구술생애사 작가인 저자가 전남 나주에서 만난 두 여성 농민 김순애·정금순의 이야기. 책은 60대 초반의 두 사람이 세상과 싸워 살아남기 위해 억척스러워져야 했으며, 이 억척스러움은 그들이 겪은 세상에 관한 생생한 증언이라고 말한다.
김순애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밑에서 큰딸로 자랐다. 서울에서의 식모살이와 양말 공장 취업 등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고생은 여전했다. 남편은 외도했고 시어머니는 욕설하는 등의 상황에서도 농사를 지으면서 경제적 자립을 했다. 무학자(無學者)라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여성농민회 활동을 이어갔고, 능력을 인정받아 여성농민회 총연합회장을 지냈다.
정금순은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화장품 외판원과 피부 관리사, 세신사(일명 때밀이) 등으로 일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세신사로 일하며 불면증, 피부 발진, 허리 디스크 등 건강이 나빠지자 농촌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고 농민운동에 힘을 쏟았다. 현재는 여성농민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의 산골짜기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저자의 전작 '할매의 탄생' 속 여성들보다 한 세대 아래인 이들의 삶에는 이혼 선택, 경제적 자립의 경험, 농민회 활동 등 주체적인 면도 엿보인다.
저자는 두 사람에 대한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면서 이들의 삶에 공감하기도 하고 거리를 두기도 하면서 나름의 주석을 붙이기도 한다. 김순애와의 인터뷰 후기에서는 "힘과 열정, 상처와 분노가 나를 붙들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했다"고 고백하고, 정금순과의 인터뷰 후기에서는 "한 여성의 삶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는 것에 놀랍고 화가 난다"고 말한다.
글항아리. 352쪽. 1만8천원.
▲ 사람의 씨앗 = 전호근 지음.
동양철학자이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인 저자가 일간지와 대학주보 등에 쓴 칼럼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내용을 정리해 펴낸 첫 산문집이다.
책에는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관한 저자의 고민과 사색의 결과가 담겼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마음, 즉 맹자의 '측은지심'이다.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에게 과자를 건네던 어린아이, 커피를 타주면서 돈을 받을 수 없다던 할머니, 불길을 뚫고 장애인을 구출해낸 세 청년 등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는다.
메멘토. 360쪽. 1만5천원.
▲ 이런 세상에서 지혜롭게 산다는 것 = 채정호 지음.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살며 마주하는 수많은 위기를 헤쳐가는 사람과 그 자리에 넘어지는 사람 사이에는 지혜의 차이가 있다며 자신을 일으킬 방법을 정리했다.
책은 지혜는 현자(賢者)나 신이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하는 삶의 문제에 대한 지식이라고 말한다. 상담사례를 토대로 불확실성 견디기, 공감하고 수용하기 등 일상에서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원리를 제안한다.
청림출판. 264쪽. 1만5천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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