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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日, 위안부 판결에 ICJ 제소 카드…"국제 이슈화로 긁어 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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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에게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한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법적 대응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9일 “일본 정부는 자산 압류 여부 등 소송 절차의 추이와 이에 대한 한국 측의 대응을 지켜보며 ICJ(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일본이 ICJ 제소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봤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ICJ 제소 자체가 자칫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일본의 ICJ 제소는 '긁어 부스럼'"



중앙일보

지난 8일 위안부 판결 직후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가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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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번 위안부 판결에 항의하는 핵심 근거는 주권 면제의 원칙이다. 주권 국가는 다른 국가의 법정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지난 8일 위안부 재판 자체가 일본의 주권 면제 원칙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이 “(위안부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 매우 유감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 역시 주권 면제의 원칙에 근거한 항의였다.

단 일본이 한국 법원의 위안부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선 ICJ 제소에 나서야 하지만, 이 경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진다는 게 일본 정부의 딜레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끝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 이뤄졌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일본 입장에선 ICJ 제소 자체가 ‘긁어 부스럼’인 셈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ICJ 제소는 법적으론 가능한 절차지만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 내부의 상황과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카드”라며 “위안부 문제 자체를 노출하거나 공론화하지 않으려는 일본이 ICJ 제소에 나서면서까지 괜한 이목을 끌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 대사는 “이번 판결 자체는 국제법에 위배되는 내용으로 올바른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며 “2015년 위안부 합의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보다는 이를 보완하고 가다듬어 위안부 피해자의 한을 달래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자산 매각? 불가능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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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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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내의 일본 자산을 매각해 이를 배상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어렵단 점도 ICJ에 제소할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우선 비엔나 협약에 따라 국내의 일본 대사관·총영사관 부지 및 비품은 강제집행 대상에서 면제된다. 이외의 자산에 대해서도 국내 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일본 정부의 재산을 압류하는 것은 한국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인이나 민간 기업의 자산도 아니고 일본 정부의 자산을 압류하거나 매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만일 가능하다 하더라도 자산 매각 시 일본의 보복 조치 등이 우려되는 데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도 무리한 집행처럼 여겨지는 외교적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진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현재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은 인도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책임을 인정할지의 문제가 된 상황”이라며 “ICJ 제소는 결국 일본에도, 한국에도 득이 될 게 없는 결론이기 때문에 기념관 건립이나 일본의 전향적인 사과 등 ‘역사 화해’와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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