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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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처음 나온 법적 판단이어서 재판 자체를 거부해온 일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ICJ) 제소는 유력한 선택지"라며 "한국 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입장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16년부터 진행된 이 소송에서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의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각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주권면제를 적용하지 않고 판결을 내렸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모테키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전날(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 회담을 한 뒤 일본 기자들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모든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ICJ 제소 방침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는 다만 "국제법상이나 2국 관계로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 사태가 발생했다. 그간 상식으로 말하면 생각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해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둘러싼 시비를 ICJ에서 가려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원고 측의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 압류 추진 상황 등 향후 소송 추이와 한국 정부 대응을 보면서 ICJ 제소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는 ICJ 제소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ICJ에서 다툴 경우 주권면제를 인정받더라도 위안부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일본 정부 내에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ICJ 제소 방침을 결정해도 실제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국가간 분쟁을 국제법에 따라 해결하는 ICJ의 ‘강제(의무적)’ 관할권을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일본 정부가 제소를 추진해도 한국이 불응하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제 관할권은 한 국가가 제소하면 상대국이 의무적으로 재판에 응하도록 하는 권한으로, 일본은 1958년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1991년 ICJ 가입 당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이 국제 법정을 활용한 분쟁화 시도에 나설 가능성 등을 경계해 강제 관할권을 수용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도 ICJ 강제 관할권을 받아들이지 않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이 제소해도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우고운 기자(w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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