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日정부, 위안부 피해자에 1억원씩 배상하라”
日 국제법상 ‘주권면제’와 위안부 합의 위반 강변
법원이 8일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에 있는 소녀상 앞에서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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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우리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한일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일본 측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이어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깨트리는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1명당 1억 원씩 배상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 청구를 모두 인용한다고 판결했다.
배춘희 할머니 등은 일제강점기 폭력을 사용하거나 속이는 방식으로 위안부에 동원됐다며 지난 2016년 일본에 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판결이 나온 뒤 일본 외무성 측은 해당 판결이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국제법상 ‘주권면제의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을 외교부 측에 즉각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소식통은 “지난 5월 일본 정부에서 소송이 기각돼야 하고 판결 결과가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며 “소송 결과에 대한 항의를 즉각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교가 안팎에선 법원 판결이 한일관계 관리에 다소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1심에서 승소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주한 일본대사관 부지나 주한 일본문화원 자산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당장 법원 판결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배상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연방 대법원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주권면제 원칙을 이유로 기각했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는 한국 내 일본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하기 전까지 관계개선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대법원 판결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는 일단 유예하고 한중일 정상회의와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 등을 매개로 관계개선을 꾀하려 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국제법상 주권면제의 원칙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을 뜻한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법원의 판단에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물밑에선 지난 2018년부터 납치, 강제 실종 등에 대해서는 주권면제를 예외로 적용하지 않는 유엔의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보호협약) 가입을 위한 이행입법위원회를 구성하고,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등 행보를 진행해왔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8월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비롯한 반인도 범죄 등에 대해 주권면제를 예외로 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강창일 전 의원을 주일본대사로 임명했다. 청와대가 작년 11월 강 대사의 내정을 발표한 지 2개월 만이다. 강 대사는 주일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즉시 이번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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