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기회 놓친 경찰·시스템 이관 공백 아쉬워”
“관행대로 일하는 공무원 아닌 아이들 구하겠단 의지 필요”
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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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관행대로 했다고 변명하는 사람들은 제2의 정인이를 살릴 수 없어요”.
양부모의 아동학대 속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 으로 온 사회가 들끓고 있다. 2016년 원영이 사건 때도 그랬다. 시스템을 정비하고 관련자를 처벌해 안전망을 강화했지만 또한번 가슴 아픈 죽음은 발생했다. 왜일까.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아동학대 전담팀을 만든 노원구에서 학대조사 최전선에서 서있는 김한기 아동청소년과 아동보호팀장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물었다.
그는 전국 최초로 아동학대 조사를 전담하기 시작한 노원구에서 아동보호팀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아동학대 사건은 크게 학대 여부를 조사하는 단계와 이후 사례 관리로 나뉘는데, 두 가지 모두를 구청 직영으로 담당한 것은 노원구가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지자체를 아동학대 조사 주체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노원구는 그보다 2년 반 앞서 현장조사·긴급분리·24시간 신고체계 등을 수행하며 선례를 만들었다.
그런 김 팀장에게 전 사회적 공분을 불러온 일명 ‘정인이 사건’에 대해서 묻자, 세 번의 기회를 놓친 경찰과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에서 양천구로 학대조사 주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관 공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는 “아동학대 조사를 아보전이 하든 구청에서 하든,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는 권한”이라며 “분리조치는 구청에서 하더라도, 가해 사실을 수사하고 밝히는 것은 경찰의 몫인데 양부모의 잘못을 가릴 세 번의 기회를 모두 날렸다”고 했다. 아이 부모들의 민원 때문에 공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일을 하면서 ‘왜 내가 아동학대를 했다는거냐’며 항의하는 민원을 수도 없이 받았지만, 그런 것은 제대로 일하지 않은 핑계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10월 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 조사 주체를 관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전환 공백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학대 신고와 사망 시점 사이에 아동학대 조사 시스템을 이관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정인이 사건의 아동학대 신고는 지난해 5·6·9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접수됐다. 이후 10월에 전국구 아동학대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아동학대 조사 주체는 지자체인 양천구로 바뀌었다. 정인이는 관련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인 같은 달 13일 사망했다.
김 팀장은 제2의 정인이 사건 막기 위해선 시스템 보완보다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여건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법이 바뀌며 '관에서 아동학대를 관리하자'는 취지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며 “이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관행이라고 변명하지 않고 일선에서 책임감을 갖고 아이들을 살필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 가장 일찍 아동학대 전담팀을 꾸리며 인원을 충원한 게 현행 6명 구성”이라며 “인력난을 겪고 있는 후발 자치구들이 시스템에 안착하려면 전문 담당인력 충원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가 아동학대 조사를 하자고 법을 바꿔놓고도, 민간 지원 없이는 자체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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