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정인이 사건, 계속 벌어지는 일… 형량 강화 답 아니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인터뷰

“형량 강화 피해,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정인이 사건, 기관 별 책임 넘기기 탓”

“재발 방지 위해선 전문성이 가장 중요”

헤럴드경제

김예원 변호사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정인이 같은 사건은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일어납니다.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서 짜야 해요. 가해자의 형량을 높이는 건 아무 답이 안 됩니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이자 센터에서 장애인·여성·아동 공익 사건을 전담하는 김예원 변호사는 6일 헤럴드경제와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법정형 하한선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간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법정형이 올라가면 집행유예 선고가 어려워지고, 그만큼 가해자도 강하게 범행을 부인하게 된다. 판사도 실형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검사에게 요구하는 입증 정도를 무겁게 요구한다. 형량이 올라가면 역설적으로 수사기관이 입증에 자신이 없는 사건을 불기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형량을 올린다면 법정형 하한선이 아닌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권고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강하게 처벌하고 싶으면 법관들의 일반인·비법률가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부분을 비슷하게 맞추라고 국회에서 의견을 내면 되는 정도의 문제지, 함부로 형사사법제도를 건드리고 바꾸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평소 아동 사건을 자주 접하는 김 변호사는 2회 신고 시 가해자와 아동을 즉시 분리하는 숫자 위주의 평가 중심적 대책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장 인력의 역량을 강화해 한번이라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변호사는 “현장에선 법률도 모르는 데 지침이 매일 바뀌어 내려오면 포기하고 보신주의로 일을 하게 된다”며 “이런 제도를 만든 건 이미 기존에도 아동학대 사건을 그런 식으로 접근했던 입안자들이다, 도대체 몇 명을 더 죽이려고 지금 이러는지 너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정인이 사건 역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 세 군데로 나뉜 권한 하에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가 작동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담 공무원은 아동 심리와 아동 관련 법률에 대한 지식도 갖춰야 하는데, 관련 법 교육 이수 시간이 2시간 남짓에 불과해 현장에서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광역단위 아동학대 전담 수사부를 설치해 수사 전문성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조사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아동학대 발생 초기부터 전문성을 가지고 조사와 수사를 해야 한단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업무가 책임을 가지고 할 수 있게 나눠져야 협업이 되지, 그러지 않으면 지금처럼 서로 핑퐁만 되고 피해자만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건 정인이와 같은 이런 사건은 아주 많고 생각보다 아주 흔한 사건”이라며 “기존의 이런 사건들이 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부분에 화를 내고 제도를 바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재단법인 동천에서 공익활동을 시작해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 변호사를 거쳐 장애인권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서울시 복지상-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제1회 곽정숙 인권상을 수상했다.

pooh@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