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5일 2990.57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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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국내 증시, 황소의 기세가 등등하다. 동학개미의 진군 속 코스피가 이틀 연속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말 그대로 3000고지의 코 앞까지 다다랐다.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57% 오른 2990.57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0.83% 오른 985.76을 기록했다. ‘코스피 3000ㆍ코스닥 1000 시대’의 개막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전날 미국 증시가 하락하며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코스피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단숨에 3000선 언저리까지 지수를 끌어올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SDS(14.25%)와 SK이노베이션(5.63%), POSCO(4.40%), SK하이닉스(3.6%)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08% 오른 8만39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500조8648억원)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상승세는 이어졌지만 무대의 주인공은 달라졌다. 전날 자동차와 전기차 관련 업종이 오름세를 보인 데 이어 이날은 철강과 조선 등의 업종에 ‘사자’가 몰리며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철강 업종은 외국인(300억원)과 기관(800억원) 자금이 몰리며 5.8%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많이 팔았지만 공통적으로 철강ㆍ건설ㆍ화학ㆍ음식료 업종은 중점적으로 담았다”며 “결과적으로 개인이 몰린 정보기술(IT)과 반도체 업종 외에도 돈이 몰리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날 개인은 727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받아내며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했다.
미 달러 약세로 아시아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반(反) 중국 정서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거세지면서 중국 주식 대신 한국 주식에 눈을 돌리는 데다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투자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 마땅한 중국 주식을 찾기 어려운 것도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코스피의 질주는 숨이 차다. 지난달 24일 2800선을 넘고, 올해 첫 거래일인 4일 2900선을 넘어선 뒤 하루 만에 3000고지를 넘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푼 유동성이 흘러넘치며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0%대의 저금리에 부동산 규제, 주식 투자 성공에 따른 경험과 학습효과로 인한 위험선호 심리가 확산하며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에 낙관적 심리가 가세하며 악재는 외면하고 호재만 집중 반영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때문에 시장의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이날 코스피(26조원)와 코스닥(18조원)의 거래대금만 44조원에 이른다. 국내 증시의 체급 자체가 커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존의 거래 규모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실물 경제와의 커지는 괴리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을 따지는 ‘버핏 지수’가 이미 1.1배를 넘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버핏 지수 1.1배는 IT 버블 당시의 상황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결국 평균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쉬어가는 국면이 언제, 어떻게 도래하느냐에 집중된다. 돈의 흐름이 바뀌거나 유동성이 증발하면 시장이 출렁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박소연 부장은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며 달러 강세로 전환되는 시점에는 투자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승세는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게 특징”이라며 “만일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이 사라져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센터장은 “이달 중반부터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오는 3월 기업들의 지난해 결산이 마무리되면서 조정의 빌미가 제공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정은 있겠지만 당분간 기세등등한 황소의 질주를 막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경민 팀장은 “3개월 연속 급등하는 등 과도한 속도감에 일정 부분 되돌리는 움직임(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상승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3080에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현옥ㆍ염지현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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