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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조급함’과 ‘올드함’은 이낙연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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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유력 대선주자·집권 당대표 리더십에 흠집

당내선 “너무 앞질러”…때이른 ‘승부수’ 회의론

추-윤 갈등 땐 ‘국정조사’ 카드로 국면 악화 비판

“사면 자체에 부정적…30~40대서 공감 힘들어”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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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발 사면론’은 결국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차기 주자이자 집권당 대표로서 발휘해온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었다. 당 안팎에서 쏟아진 비난보다 더 쓰라렸던 건, 고심 끝에 던진 ‘승부수’를 스스로 거둬들여야 하는 착잡함이었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 주변의 전언이다.

차라리 ‘추-윤 갈등’ 때 제 목소리 냈다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사면론 비판은 크게 세 갈래다. 하나는 두 전직 대통령이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한 사면은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여당의 핵심 지지층과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생각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여당 대표가 먼저 이슈화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층에서 두드러지는 반응이다. 세 번째는 여당 대표로서 사면건의는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면론에 비판적인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여기에 가깝다.

전략 분야에 밝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이달 14일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면 자연스럽게 보수 야권에서 먼저 사면 얘기를 꺼낼 상황이었다. 우리가 먼저 사면을 공론화할 필요가 없는데 너무 앞질러 갔다”고 밝혔다. 야당에서 먼저 요구하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논의해볼 만하다’는 수준에서 논의를 물꼬를 트는 게 적절했다는 얘기다.

당내의 많은 이들은 이번 ‘사면 파동’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이낙연 대표의 조급함을 꼽는다. 당대표 취임 뒤 가시적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지지율만 추락하는 상황에서 반등의 모멘텀을 찾으려다 보니 정무적 판단 착오를 일으키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추미애-윤석열 갈등 때 제 목소리를 냈더라면 이번처럼 무리수를 둬야 하는 상황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이 대표는 문 대통령과 가장 비슷한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 대신 두 사람에게 경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윤 총장에게는 행정부 소속 총장이 왜 이렇게 나서는 거냐고 할 수 있고, 추 장관에게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제도개혁에 집중하라고 했으면 우리 쪽에서도 출구전략을 만들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이 대표는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면서 갈등 국면을 더 꼬이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젊은층 공감 얻기 어려웠던 ‘이낙연의 충정’


‘꼼꼼함’과 ‘온건함’이 강점이지만, 이 대표의 정치 감각은 정치부 기자를 지낸 1980~90년대에 형성돼 시대의 감수성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자신이 사면론을 제기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라는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면서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급선무를 해결하는데 국민의 모아진 힘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국민통합을 열어야 한다는 충정을 말씀드렸다.”

하지만 이 대표의 ‘충정’이 30~40대 젊은층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였다. 민주당의 한 40대 의원은 “이 대표가 사면론을 얘기했을 때 주변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과 국민통합을 연결짓는 것은 트랜지스터라디오 시대에나 통용되던 정치 문법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의원은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사면은 왕조국가나 독재국가의 통치 유산으로 생각된다. 당연히 사면 자체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촛불을 들어 탄핵한 건 우리인데, 왜 당신이 나서 사면 운운하느냐’는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사면은 제안 주체가 누구든, 30~40대가 주력인 여당 지지층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는 얘기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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