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기본소득당은 국회에서 형법의 낙태죄 조항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장, 신지혜 서울시장 후보자, 용혜인 의원. 기본소득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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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여성 전문 공공병원을 설립하겠다. 공공의료에서 여성 건강권 보장하는 첫 광역단체 만들겠다.”
“유산유도제 미프진과 사후피임약을 서울 시내 25개 보건소에 상시 비치하겠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선언한 신지혜 서울시장 후보자(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유지되는 마지막 날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두 가지 공약을 재확인했다.
31일 기본소득당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부터 시작될 ‘낙태죄’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했다.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비례대표)과 신지혜 상임대표(서울시장 후보자),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장이 참석했다. 지난 10월 자신의 임신 사실을 밝힌 임신 18주차 용혜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임신은 여성의 몸과 삶에 상상 이상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한 채 임신중지를 개인의 사적 경험으로만 남도록 강요돼왔다”고 말했다. 이어 용 의원은 “2021년부터는 달라야 한다. 우리는 내일부터 낙태죄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된다. 안전한 인공임신중지가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날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난 12월8일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등록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이날 성평등한 서울시를 위한 두 가지 공약을 다시 강조했다. 보건소에서도 미프진을 받을 수 있는 서울, 여성건강 공공병원이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유산유도제 미프진의 도입 등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국회 심의 중이며, 사후피임약은 산부인과에서 처방을 받아야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8일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임신 10주 미만만 임신중지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료서비스 접근권이 멀어 건강을 해치는 여성들이 없도록 핫라인을 개설하겠다고도 했다.
신 대표는 “오늘은 67년 만에 ‘낙태죄'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역사적인 날이지만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어떠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신중지와 관련된 세 개의 정부 부처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에 빠른 대처를 요구했다. 신 대표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최근 장관이 교체됐고, 법무부는 바로 어제 후보자가 발표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뿐”이라며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낙태죄' 폐지 후 입법 과제를 물어야 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여성의 인권을 지키는 일 역시 검찰개혁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에스엔에스 등 온라인에서는 29일 아르헨티나 상원이 임신중단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소식이 활발히 공유되며 한국의 ‘낙태죄’ 마지막 날인 31일을 기뻐하는 의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2017년 9월 23개 단체가 모여 결성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낙태죄 폐지운동 3년여 만에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끌어낸 기쁨을 국회 앞에서 시민들과 공유했다. 모낙폐는 31일 오전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 ‘낙태죄' 없는 2021년 맞이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열었다. 10여명의 활동가는 “우리는 애 낳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처벌의 시대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 “우리는 새로운 윤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를 외쳤다. 의료계 대표 발언에 나선 행동하는 간호사회 율 활동가는 “의료계 재교육이 필요하다”며 “저는 간호사임에도 임신중지 약물이 있다는 것을 전공서적에서 배우지 못했다. 의료계와 정부 부처는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고 지적했다. 종교계 대표 발언을 한 자캐오 신부(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는 “한국 사회는 더는 종교의 이름으로 어리석은 질문을 하지 말라. 이 땅의 여성들을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질문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모낙폐는 이날 밤 11시 누구나 입장 가능한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열고 ‘낙태죄’ 없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파티’를 온라인으로 열 계획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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