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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박원순 성추행 피소사실, 여성단체→여당 국회의원 통해 전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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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넘게 이어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수사가 모두 종료됐다. 전날 경찰의 변사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 이어 검찰은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서울북부지검(검사장 김후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기관 관계자 등 피고발인이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8월부터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에 대한 피소 사실이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사해왔다. 서울중앙지검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청와대가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려줬다는 게 고발의 핵심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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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고소인측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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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은 지난 7월 13일 “고소와 동시에 박 전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22일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고소 전날인 7일 서울중앙지검 유현정 여성아동조사부 부장검사에게 박 전 시장 성추행과 관련해 전화로 면담했다”고 주장해 유출 의혹이 확산됐다. 이에 여러 시민단체는 지난 8월 피소 사실 유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청와대ㆍ경찰ㆍ검찰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여성단체→남인순→젠더 특보에게 전해져



검찰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은 여성단체 관계자가 ‘매개자’ 역할을 해 이뤄졌다. 지난 7월 7일 김 변호사는 유 부장검사와 면담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시민단체 대표 A씨에게 박 시장에 대한 '미투'(Me too)로 고소 예정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이때 김 변호사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다른 여성단체 대표 B씨와 수차례 통화했고, B씨는 다음날인 8일 오전 같은 단체 공동대표인 C씨와 통화했다. C씨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이 같은 내용을 알렸고 남 의원은 과거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 특보에게 전화해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는 것이다.

남 의원 측은 “피소 사실이나 고소 예정 사실을 알린 적 없고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지 여부만 물어봤을 뿐”이라며 “검찰 보도자료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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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인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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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특보는 남 의원에게 내용을 전달받고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냐’고 물었고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 특보는 이후 여성단체 대표 등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차 물었지만 ‘확인해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이날 오후 11시쯤 시장 공관에서 임 특보와 기획비서관에게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튿날인 9일 박 전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공관을 나섰다.



청와대ㆍ검ㆍ경 무혐의 이유는?



검찰은 경찰, 검찰, 청와대 관계자의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통화 내용을 분석하고 수사 내용을 종합한 결과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이 정보를 취득한 시점이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이었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 및 경찰 관계자가 피소 사실 정보를 유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역시 김 변호사가 통화 당시 구체적 고소내용을 말하지 않았고 피소 사실을 유출한 시민단체를 언급하지 않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소 사실을 알린 것으로 드러난 여성단체 관계자 C씨와 남 의원에 대해서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에 따르면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 처벌한다. 시민단체 구성원은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고 남 의원은 공무원이지만 직무 수행이 아닌 개인적 관계를 통해 해당 내용을 파악했기 때문에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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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부지검.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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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결과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삭제된 정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메시지를 삭제한 뒤에도 복구가 불가능한 텔레그램 또한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대화 내용 흐름에 비추어 보아 삭제했다고 의심할 만한 부분은 없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의 메신저 기록 중에는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면목이 없다. 얼마나 모두 도왔는데” 등 사망 전 박 전 시장의 심경이 반영된 내용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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