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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막아서 서민들이 카드론으로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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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금융 대출 위기론’ 현실화 가능성 따져보니

한겨레

은행 대출 창구.<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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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가계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 돈 빌릴 데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이 2금융권으로 내몰릴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소액 생활비 대출 등 각종 서민 금융 지원 상품엔 여전히 대출 창구가 열려 있어 당장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시중은행은 지난 10월부터 고소득자와 전문직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신용대출 문턱을 단계적으로 높였다. 직장인들이 은행 대출을 부동산과 주식 투자 지렛대로 활용해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긴급 자금 수요에도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해서다. 우리은행은 일부 직장인 비대면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했고 하나은행은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기로 했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연 8천만원 초과 고소득자의 기본 한도를 ‘연 소득 2배 이내’로 정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2천만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연말까지 취급하지 않기로 했고 신한은행은 일부 가계 신용대출 신규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이렇게 1금융권 대출 장벽이 높아지면 생활자금을 찾는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밀려나게 될까. 우선 긴급 자금 수요를 위한 대안은 아직 있다. 케이비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온라인 대출을 막았을 뿐 오프라인 대출 창구는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두 은행도 내년부터는 중단했던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한다. 또 소액 생활비 대출과 사잇돌대출,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도 주요 은행이 계속 취급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사업자(소호)대출 역시 이번 대출 강화 조처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지원하는 고용안정자금이나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등도 따로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부실이 없었던 개인사업자라면 은행에 이자와 원리금 상환 유예도 신청할 수 있다.

또 1금융권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11월 기준 평균 3.5%인 반면 2금융권은 상호저축은행과 카드사 신용대출 금리가 각각 16.5%와 14.3%로 차이가 크다. 특히 2금융권 신용대출은 금리가 더 싼 1금융권에서 조달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줘 신용 평판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당장 연말까지 긴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2금융권으로 옮겨 가려는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지만 현실에선 신용대출 금리 차 때문에 1,2금융권이 서로를 대체할 만한 시장이 아니다”며 “시중은행들이 생계자금 대출은 계속 취급하고 있고 정부의 금융지원책도 있어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2금융권 가계 대출이 전체적으로 는 것은 맞다. 지난 8월 한 달 새 2조5천억원, 10월 2조9천억원이 늘었다. 그러나 이 역시 은행의 대출 조처 강화로 인한 결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출이 증가분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런 자금은 금리가 10% 이상이어서 투자자금보다는 생활자금으로 분류되는 탓이다. 지난달 증가폭이 4조7천억원 는 것도 ‘풍선효과가 현실화했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농협 등 조합원들끼리 소액 자금을 빌려주는 상호금융조합 대출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제2금융권에 몰린 생활자금 수요를 시중은행의 일부 대출상품 규제와 연관짓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다만 은행들의 강도 높은 대출 강화 조치가 계속 이어질 경우 고소득자 가운데 일부 계층이 급전을 찾아 2금융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고금리를 감당할 수 있으면서도 집 계약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은 2금융권을 이용하긴 할 것”이라며 “증가폭 자체를 줄이는 방식만으로 이런 수요를 계속 억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고소득자 대출 금리를 올리면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영끌’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신용대출이 자산 투자 목적의 우회로로 쓰이는 일이 없도록 은행들이 모니터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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