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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SM도 탈(脫)강남, K팝 강남 시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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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 엔터테인먼트 사옥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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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탈(脫) 강남시대를 맞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던 사옥을 성동구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오피스동으로 내년 중 이전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사옥을 강북으로 이전하는 것은 회사가 설립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K팝을 대표하는 '빅4'가 모두 강남을 벗어나게 됐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강남구 청담동에서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새 사옥을 지어 이전했고,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지어지는 신축 건물에 입주할 예정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1998년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를 잡았고, 빅뱅·2NE1 등의 성공으로 사세가 커진 뒤에도 강남으로 가지 않았다.

YG와 같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K팝 기획사 대부분이 청담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구 일대에 둥지를 틀었다. 설령 초기 비용 때문에 외곽에서 시작했더라도 사세가 확장되면 청담동 일대로 진입하는 것이 불문율과도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왜 강남 밖으로 나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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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강남구 청담동 소대 JYP엔터테인먼트 사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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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일대가 K팝의 메카로 떠오르게 된 것은 1세대 아이돌인 SES, HOT, 핑클 등이 나타난 90년대 중반 이후다.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하나는 90년대 초 오렌지족을 만들어 낸 압구정동과 청담동의 부상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당시 압구정동·청담동 일대가 패션과 유행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외모가 뛰어나고 끼가 있는 젊은층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트렌드를 빨리 캐치하려면 일단 강남에 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이곳에서 배우나 아이돌 멤버 등의 길거리 캐스팅도 이뤄지면서 기획사도 모여들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산업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기반도 형성됐다. 1995년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Mnet이 청담동에 자리잡으면서 녹음실 등 음악산업이 모여들었다. 여기에 이미 발달해있던 미용·패션 산업이 결합되면서 청담동 일대는 대체 불가능한 K팝의 메카로 떠올랐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패션, 미용, 음악 산업 등의 인프라가 강남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땅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강남에 기획사를 세우는 것이 회사 운영의 측면에서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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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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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바뀐 것은 2세대 아이돌이 등장한 2000년대 중반부터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NE1, 빅뱅 등이 해외시장 개척의 막을 올리면서 국내 시장 및 방송에 대한 의존도도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기획사의 파워가 성장하면서 방송사와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졌고, 일부 기획사는 입맛에 맞는 특정 방송사에만 출연한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런 가운데 압구정동과 청담동 상권이 쇠락하고, 트렌드 중심지의 위상은 홍대·상수동 등으로 넘어갔다. Mnet을 포함해 CJ ENM이 2009년 사옥을 상암동으로 이전한 것도 K팝에서 강남이 차지하는 위상이 낮아지는 한 요인이 됐다.

김 연구위원은 "강남의 '힙하다'는 상징 자본이 퇴색하고, CJ ENM 등 방송사들이 상암동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기획사들도 강남에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줄어들었다"며 “SM, JYP 등 기존 메이저 기획사들은 강남에 잔류했지만 중소 기획사들은 합정동이나 성수동 등지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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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새로운 트렌드 중심지로 부상한 성수동 서울숲길 카페 거리.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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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강남이 본격화된 것은 K팝의 국제화가 완성된 3세대 이후부터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엑소 등 K팝의 해외시장 공략이 무르익고, 기획사들의 덩치도 더욱 커졌다.

특히 대형기획사의 경우 패션, 미용 인력을 직접 고용하면서 강남 클러스터에 대한 의존도 낮아졌고, 음반에 한정되어 있던 기획사의 콘텐트 제작과 유통 사업이 유튜브, 네이버 등과 결합하면서 기존 방송사와의 우위 관계도 역전됐다.

여기에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사옥도 확장할 필요성도 커졌다. 청담동에 남아있는 한 기획사 관계자는 “탈강남을 선언한 SM이나 JYP 등은 모두 본사가 임대 건물에 있던 기획사들이다. 더 큰 사옥이 필요하기도 하고,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남아있기엔 강남의 매력과 중요성이 과거만 못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영화 산업은 충무로가 중심지였지만 영향력의 중요도가 감독에서 자본과 제작자로 넘어가면서 강남으로 이동했다”며 “K팝 역시 시장을 주도하는 힘이 방송사에서 각 기획사로 넘어가면서 과거와 다른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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