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양어머니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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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된 입양아를 잔인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에게 검찰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자 일각에서는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행상 살인죄가 학대치사죄보다 더 강하게 처벌되니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 기소 이후 한 시민단체는 살인죄 기소 청원서 및 서명지를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고 서울남부지검 앞으로 "어떻게 죽여야 살인입니까"라는 글귀를 적은 화환이 다수 놓여지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살인죄 적용 청원글에는 지금까지 23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한 상태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을까?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범인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사망에 이를만한 위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살인죄가 아닌 치사죄를 적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숨진 입양아의 양부모는 조사 과정에서 범죄를 부인했다고 한다. 특히 학대방법이나 과정에 대해선 입을 다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으로서는 양부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로 학대했는지를 밝혀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또 사건이 주로 집안에서 벌어져 두 사람 외 다른 증인도 없었다.
양부모가 숨진 입양아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도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이가 숨지기 몇시간 전에도 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기관으로서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양부모의 학대 행위를 특정하지 못한 검찰은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시켜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서초동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하더라도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살인죄에 버금가는 높은 형량이 나오기도 한다"면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라고 해서 무조건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도 "아동학대치사죄가 없었다면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됐을 것"이라면서 "어찌됐든 형을 가중하려는 의도로 만든 게 아동학대처벌법이기 때문에 살인죄에 비해 형량이 낮게 선고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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