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하루 만에 ‘스위트홈' 1위
1위였던 ‘경이로운 소문’은 2위로
웹툰 원작이라고 백전백승은 아냐
KBS ‘어서와’는 0%대 시청률도
”싱크로율보다 완성도 높여야”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로 올라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의 한 장면. 배우 송강이 주인공 '현수' 역을 맡았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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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조회 수 5억’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이 18일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국내 순위 1위에 올랐다. 태국·필리핀·대만·싱가포르·베트남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위트홈’ 공개 직전까지 1위를 기록했던 작품 역시 웹툰 원작. 조회 수 약 6400만을 기록한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OCN의 ‘경이로운 소문’이다. 공개 후 첫 4주 동안 전세계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시청했다.
‘스위트홈’은 ‘도깨비’ ‘태양의 후예’를 이끈 이응복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3500평 규모 초대형 세트에 회당 제작비 30억원으로 10회 총 제작비만 300억원. 회당 20억원을 투입한 넷플릭스 인기작 ‘킹덤’을 넘어서는 규모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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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고 허름한 아파트 ‘그린홈’에 홀로 사는 고등학생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괴물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상상력이 극대화된 웹툰 속 괴물들을 원작 이상으로 사실감 있게 구현한 ‘괴수 영화(크리처물)’. 막대한 제작비와 기술이 필요한 소재라, 지금껏 한국 드라마에선 제대로 된 시도가 없었다. 이질감 없는 특수효과(CG)와 사실적이고 잔인한 묘사로 한국형 ‘크리처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OCN '경이로운 소문'. 지난 19일 방송분에서 시청률 7.7%를 기록해 2018년 드라마 ‘보이스’가 세운 OCN 역대 최고 기록(7.1%)을 갈아치웠다./O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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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를 물리치는 판타지 히어로물이다. 지난 19일 방송분에서 시청률 7.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해 OCN 드라마의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웹툰 원작 드라마 전성시대는 최근 뉴스가 아니다. ‘미생(2014)’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등의 성공 이후 한동안 주춤했지만, 올해 참신한 설정과 스토리로 검증받은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10편 넘게 쏟아졌다.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최고 시청률 16.5%, tvN 새 주말극 ‘철인왕후’는 3회 만에 시청률 9.0%를 기록했다. 카카오TV의 ‘연애혁명’과 ‘며느라기’ 등도 원작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화제다. 카카오페이지는 2021~2023년 웹툰 65작품을 드라마로 만들 예정이다.
이유는 뭘까. 첫째는 ‘원 소스 멀티 유즈’.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매체와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드라마 시장의 경쟁이 심해졌다. 제작자들은 이미 대중에게 한번 검증받은 웹툰 원작 드라마에 안심하고 접근한다”고 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웹툰이 일종의 ‘콘티’ 같은 역할을 하다 보니 드라마로 시각화하기에 용이하다”면서 “웹툰의 비현실성과 만화적 상상력이 오히려 리얼리즘 드라마보다 현실을 리얼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인기를 끈다”고 했다.
연출력과 영상 기술의 진보도 한몫했다. 윤 교수는 “특수효과·특수촬영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웹툰에서 구현된 상상력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장애물을 점점 없애고 있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제작비나 기술적 역량이 올라가면서 CG 작업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는 제작 기간을 넉넉하게 잡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KBS2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어서와'의 한 장면. 최저시청률 0.8%를 기록했다./KBS |
모든 웹툰 원작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두꺼운 고정 팬층은 장점이지만, 그만큼 드라마 기대치가 올라가고 웹툰 고증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남자로 변신하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웹툰을 원작으로 한 KBS2의 ‘어서와’는 0%대 시청률로 굴욕을 맛봤다. KBS ‘계약우정’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JTBC ‘쌍갑포차’ 등도 웹툰 원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고전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웹툰 원작은 비현실적 소재를 주로 다루는 만큼 연출이 특히 까다롭다. 원작을 훌륭하게 살려 연출했거나 드라마 안에서의 재해석이 원작보다 나을 때 좋은 성과가 난다”면서 “뻔한 순정만화를 그대로 옮기는 정도의 작품들은 주목받지 못한다”고 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이젠 ‘웹툰 원작’을 따로 분류하는 게 무의미해진 상황”이라면서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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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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