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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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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요금 기습개편...내년 탈원전 고지서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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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산업부와 한국전력이 사상 처음으로 전기요금에 환경비용을 분리해 청구한다. 또 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 받는 연료비 연동제도 10년만에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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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지게 된다. 또한 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비용도 분리 부과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친환경 정책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 추진됨에 따라 앞으로 이 비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요금 분리부과…탈원전 고지서 나오나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 핵심은 친환경 정책과 연료비 변동에 따른 비용을 따로 계산해 소비자에게 청구하겠다는데 있다. 그동안 한전은 정부가 정해준 단일 전기요금을 전력 사용량에 비례해 부과해 왔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해도 한전이 이를 모두 떠안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명확히 공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청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도 지난해 6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원가 변동 요인과 전기요금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요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개편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후·환경요금 분리부과다. 한전은 정부의 환경 정책과 관련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정부가 2012년부터 추진한 신재생에너지공급할당제도(RPS)와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 미세먼지 발생 억제를 위한 석탄발전량 감축 등과 관련한 발전사 손실을 모두 한전이 메워주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RPS 정책에 따라 사용한 비용은 1조6000억원, ETS로 인한 부담은 8000억원이었다. 산업부는 여기에 석탄발전 감축 비용까지 더해 전체 전기요금 약 4.9%가 환경 비용이라고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 비용은 소비자에게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는 현행 체계에서는 이 비용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제자리 걸음을 했다.

환경요금이 전기료에서 분리되면 정부의 정책 비용이 소비자에게 본격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탈원전 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이런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후환경비용은 추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나 배출권 비용 증가 추세에 따라서 어느 정도 올리는 게 합리적일 지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준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주 급격하게 올라가지는 않도록 잘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10년 만에 연료비 연동제 도입…할인제도는 축소



전기요금 개편안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연료비 움직임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받는 연료비 연동제다. 2011년 만들어졌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 전기요금 인상 부담에 정부가 적용을 유예하다가 2013년에 폐지했다.

전력 생산비용은 천연가스(LNG)와 석탄·유류 등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에 따라 좌우된다. 그동안은 유가가 오르거나 떨어져 손해나 이득이 나도 전기요금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전이 그 충격을 모두 떠안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기마다 연료비 가격 변화를 따져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다만 전기 요금변동에는 상·하한 제한을 둔다. 연료비 등락에 따른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서다. 우선 분기당 전기요금 변동은 kWh 당 3원을 넘지 못하게 했다. 또 1년 동안 최대 인상·인하 폭도 kWh당 5원로 제한한다. 국제 유가가 올라 1분기에 전기요금이 인상 상한선인 kWh당 3원까지 올랐는데, 그다음 분기도 상한선 이상으로 유가가 올랐다면 이때 인상 폭은 연간 최대 인상 폭(kWh당 5원)을 반영해 kWh당 2원이 된다.

또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kWh당 1원 이하의 연료비 변동분은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연료비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유보 조항도 따로 뒀다.

개편안을 적용한 고지서가 다음달 당장 날아오지만 전기요금은 당장 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통상 5~6개월 시차를 두고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개편 요금제가 시행되는 내년 1월을 기준으로 보면 유가가 가장 저렴한 수준이었던 올해 6~7월 가격이 적용된다. 하지만 백신 보급 등으로 내년부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면 유가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

한전이 전력 공급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기 공급자가 다수여서 경쟁이 있다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원가 저감 노력을 하겠지만, 한전의 독점 상황에서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원료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면 되는 만큼 원전 같은 싼 발전원을 육성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산업부도 한전과 전력그룹사 경영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간 5.3% 수준인 전력공급비용 증가율을 향후 5년간 매년 3% 이하로 제한해 7조~8조원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개편과 동시에 할인제도는 줄인다. 전기를 적게 쓰는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매월 4000원 할인해줬던 필수사용공제 제도를 취약계층 빼고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우선 21년에 할인요금을 2000원으로 절반 줄이고, 22년에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또 자가용 신재생 에너지 설비 할인 제도는 10kW 이하 설비만 3년 연장하고 10kW 초과 설비에 대해서는 올해를 끝으로 일몰한다

산업·일반 요금제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계절별·시간대별 선택요금제를 일반 가정용 요금제에도 확대한다. 다만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원격검침시스템(AMI)가 필요하기 때문에 AMI 보급률이 100%인 제주지역에서 내년 7월부터 우선 시행한다. 나머지 지역은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바뀐 요금제는 내년 1월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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