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요 회복되지만 누적 재고부담으로 상승폭 제한
내년 국제유가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 평균 배럴당 48.4달러를 기록해 올해보다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열린 ‘2020 석유 컨퍼런스’에서 "내년 국제유가는 세계 석유수요 회복으로 상승하겠지만,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량 축소와 누적된 재고부담으로 올해보다 배럴당 6~7달러 소폭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페드로 인근에서 셰일 오일을 생산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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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석유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과 경기 위축으로 전례없는 수요 충격을 겪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배럴당 64.3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코로나 여파로 석유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 4월 20.4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3분기 이후 석유 수요가 늘고 산유국의 감산으로 공급이 줄면서 11월 기준 43.4달러까지 올랐다.
이달석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국제유가 흐름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코로나19, 세계 경제성장률, 산유국의 감산 규모,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등을 꼽았다. 그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빨리 벗어나면 석유 수요가 회복돼 유가도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겠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거나 OPEC의 감산율이 저조하면 내년도 유가도 올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석유산업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위한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석유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시장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 석유 수요는 2022년이 되어서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며, 중기적으로 유가 상승기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석유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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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석유 컨퍼런스에 참석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석유는 당분간 주요국의 정책과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유 수요는 20년 후에도 최고점에 도달하지 않을 정도로 독보적인 역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에너지 지정학 변화와 석유산업 동향’이라는 주제의 기조발표에서 "미국이 세계 1위 석유 생산국으로 부상하면서 사실상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석유산업 정책을 180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제동이 걸리겠지만, 규제를 하면 미국 내 석유·가스 관련 일자리 1200만여개가 영향을 받는 만큼 탈(脫)석유 정책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석유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에너지 패권의 이동을 언급했다. 그는 "OPEC의 시대는 가고 빅3(미국·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앞으로 3개국의 관계가 에너지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며, 이들간 협력보다는 이익충돌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020 석유 컨퍼런스’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석유협회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최근 글로벌 석유 시장을 둘러싼 환경변화를 점검하고, 국내외 석유산업의 적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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