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경기민감주는 2021년 강세장을 이끌 주역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 코스피 3000 고지 돌파에 대한 낙관론이 솔솔 흘러나오는 가운데 정화조가 경기 회복과 맞물려 실적 장세를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기관과 외국인도 매수 행렬에 동참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지만 백신으로 인한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경기민감주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지수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민감주는 길게 보고 꾸준히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오르면서 정유·화학·조선 업종 등 경기민감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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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40달러 선 회복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급등
정화조 랠리에 불을 붙인 것은 국제유가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린 지난 4월 한때 배럴당 1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반등을 거듭해 최근 40달러 선까지 올라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2월 4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1.35% 오른 46.26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월물 역시 1.11% 상승한 배럴당 49.25달러에 거래됐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 3월 초 이후 최고치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이동 제한이 완화되고 휘발유, 등·경유, 항공유 등 연료유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 배럴당 35.79달러까지 떨어졌던 WTI는 화이자 백신 개발 소식과 함께 반등을 시작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 셰일 생산 감소도 유가 상승을 돕는 요인이다. 올 하반기에만 5개의 대규모 허리케인이 미국 동남부를 강타하면서 셰일 공급에 충격을 줬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화학·조선 업종에 호재로 작용했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한 11월 주요 정유·화학·조선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20% 넘게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올해 많이 오른 성장주에서 차익 실현을 한 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주에 다시 투자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가 달러 약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1월 한 달간 기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SK이노베이션이다. 이 밖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POSCO와 S-Oil, 한국조선해양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순매수에 나섰다.
▶소외받던 정유株, 최대 수혜로
▷일상생활 정상화되면 수요 회복
정유주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피해 업종이다. 정유사는 코로나19에 따른 이동 제한 조치로 수요가 급감해 큰 타격을 받았고, 동학개미들이 주도한 반등장에서도 유독 소외됐다. 하지만 백신 보급 이후 일상생활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수요 회복과 함께 정제마진의 정상화가 기대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전년 대비 9% 줄어든 석유 수요가 2021년에는 7% 늘어 일일 9900만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기대감에 국내 대표 정유주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과 S-Oil, GS 주가는 11월 한 달간 각각 42.9%, 29.8%, 13.6% 올랐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한상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21년에는 경기 회복과 기저효과로 수요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메이저 업체의 설비 폐쇄와 증설 취소가 이어졌다는 점도 공급 부담으로 인한 저마진 구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요 회복 과정에서 낮아진 설비 가동률의 상승과 그동안 쌓인 재고 소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도 우려 요인이다.
▶화학 업종 실적 개선세 뚜렷
▷대규모 수주에 조선주 고공행진
화학 업종 전망은 ‘좋았지만 더 좋아진다’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가(원유 가격)가 하락한 가운데 위생 장갑, 손 세정제, 마스크 등 화학 제품 수요가 급증해 실적이 오히려 개선됐다. 글로벌 경쟁사가 가동 차질을 빚은 것도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2021년에는 기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품 가격 상승폭이 원료 가격 상승폭을 웃돌았던 2009~2011년의 ‘차화정’ 랠리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백신 개발로 코로나19 관련 제품의 수요는 다소 감소할 수 있으나 경제활동 정상화와 관련된 수요 회복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자동차, 타이어, 의류 등 그동안 수요가 억눌렸던 제품군의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LG화학 등이 투자 유망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전 사업 부문에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 2021년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데다 PVC와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강세로 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LG화학은 2021년 화학제품 중 순증설 부담이 가장 적은 제품군이 PVC와 가성소다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조선주 역시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수혜가 예상된다. 원유·석유제품·가스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 이를 운반하는 선박 수요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수주 역시 국제유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조선주는 최근 이어진 수주 랠리와 2021년 이익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1월 23일 유럽 지역 선주와 2조8000억원 규모의 블록·기자재 계약을 체결했고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1만5000TEU 규모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다만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우려 요인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조선주 주가 수준이 역사적 고점에 근접했다. 글로벌 물동량 회복 등 긍정적 요인이 있는 반면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선수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개선과 해양플랜트 리스크 요인의 해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8호 (2020.12.16~12.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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