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감금, 협박, 무고...' 아파트 입주민 심모씨(49)가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에게 한 갑질은 모두 사실이었다. 법원은 1심에서 대법원 양형 기준인 1년~3년 8개월을 훌쩍 넘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수사 과정에서 진지한 반성을 보이지 않는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심씨는 고개를 숙인 채 선고를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재판이 끝난 뒤 최씨의 형은 "심씨가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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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가둔 채 폭행, 다시 찾아가 부러진 코뼈 모자로 짓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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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이 일했던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실에 고인의 유가족 측의 메모가 붙어있다. '추모와 애도의 정으로 함께 고인을 보내주신 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후 진상규명의 과정에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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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10일 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기소된 7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갑질은 주차 문제에서 시작했다. 지난 4월 21일 최씨가 일렬주차된 심씨의 차량을 밀었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폭행으로 최씨는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폭행을 당한 최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심씨의 주먹질은 더 심해졌다. 심씨는 4월 27일 최씨를 CCTV 사각지대인 경비원 화장실로 끌고 가 12분간 감금하고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구타했다. 또 경비원복을 잡고 흔드는 과정에서 심씨는 머리를 화장실 벽에 부딪혀 뇌진탕을 당했다.
27일 심씨의 녹취록에는 ‘화장실에서 소변도 못 보게 하고 못 나가게 했다'는 감금·폭행 관련 내용이 담겼다. 5월 3일에는 심씨는 또다시 최씨를 찾아가 최씨가 쓰고 있던 모자를 뺏어 모자챙으로 다친 코를 짓누르며 경비원 그만두라고 강요했다.
최씨는 심씨의 구타와 협박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5월 10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씨는 사망 전 남긴 음성 유서 파일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밥도 챙겨 먹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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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폭력 반복으로 일상생활 할 수 없는 상황"...유족 "고통에 비해 형량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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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희석 경비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아파트 입주민 심모씨가 27일 오전 서울 강북구 강북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심씨는 지난 4월21일 이중주차문제로 경비원 최씨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사직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8일 입건됐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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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생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에서 폭력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최씨 사망에 대해 심씨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이를 참조해 형을 정함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씨는 보복 목적 감금·상해 혐의를 부인하고 수사 과정에서도 진지한 반성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유족의 용서도 받지 못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끝난 후 최씨의 유족은 눈물을 보였다. 최씨의 형은 "모든 생을 마감하게 한 (심씨의 행동) 자체를 형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며 "동생과 웃으며 얘기하던 시간이 귓가에 쟁쟁하고 어떻게든 다시 살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형량이 유족의 고통과 비교해 너무 작게 나온 것 같아 억울하고 서운하다"며 "그러나 심씨가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심씨가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면 가족 차원에서 형사보상금 신청 등을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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