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작용 있는 약재로 조제…민속박물관 학술지 실린 하수민 씨 논문
지난 5∼6월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 |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급성 열병인 온역(溫疫)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당시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선조들은 이런 전염병이 퍼지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수민 한독의약박물관 학예연구원은 국립민속박물관이 10일 펴낸 학술지 '민속학연구' 제47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조선시대에 온역이 발생하면 '벽온단'(辟瘟丹)을 태웠다고 밝혔다.
벽온단은 온역을 막는 붉은 약이란 뜻으로,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환약으로 만들어 불에 태워 사용하거나 복용했다.
하수민 연구원은 벽온단을 불에 태우는 의식은 "온역이 사악한 기운으로 인해 발생하고 코를 통해 전염된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대표적인 벽온단으로 신성벽온단, 선성벽온단, 태창공벽온단이 있는데, 이 중 신성벽온단은 역병 관련 의서에 많이 기록돼 있어 벽온의 효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신성벽온단과 태창공벽온단은 태워서 사용했고, 선성벽온단은 복용하는 약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신성벽온단은 창출·강활·독활·백지·향부자 등 항균 작용이 있는 여러 재료를 배합해 만들었다.
조선시대에 임금은 새해 첫날 한 해 국가의 평안과 백성의 건강을 기원하며 신성벽온단을 불태웠다,
승정원일기에는 헌종 2년(1661) 4월에 여역(전염성 열병)이 유행하자 형조 박세모가 환자를 격리시키고 신성벽온단으로 감옥을 소독할 것을 청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하 연구원은 "이처럼 신성벽온단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전염을 방지하는 용도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런 방역행위를 통해 백성들이 개인적으로 위생관리를 하게 해 전염병의 확산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속학연구 47호 |
민속학연구 47호에는 세시 2편, 신앙 2편, 의례 1편, 민속문학 1편, 민속예술 2편, 박물관 교육 1편 등 논문 9편이 실렸다.
김태우 신한대 조교수와 민병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기 위해 천문을 살피던 풍습을 민속학과 천문학을 연계해 분석했고, 동국대 장계수 박사는 민화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의 도상 변화를 동시대 다른 예술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연구했다.
올해 개최한 '기산풍속화전' 연계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강연문 및 논문 중 2편을 보완해 '풍속화와 민속'이란 주제의 특별기고 논문도 수록돼 있다.
학술지는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발간자료원문검색' 서비스와 한국학술지인용색인사이트(https://www.kci.go.kr), 학술자료검색사이트(https://www.dbpia.co.kr)에서 볼 수 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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