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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올 때 생수 1L랑 담배도 한 갑" 코로나에 배달 늘자 `황당 갑질`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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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주문이 늘었는데 진상도 늘어서 힘들어요...그래도 먹고 살려면 다 맞춰야죠 뭐"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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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면서 배달 업체·어플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진상' 고객도 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문표에 자신이 맛집 블로거라고 소개하면서 음식의 양을 많이 달라고 주문하거나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식당 내에서 식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배달 주문은 가게 사장님의 전체 매출로 직결돼 사장님들은 어쩔 수 없이 이들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줘야 한다.

진상 고객 유형은 다양하다.

자신이 맛집 블로거이니 음식값을 깎아달라고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리뷰를 잘 써줄 테니 음식을 무료로 달라고 하거나 서비스를 끼워달라고 하는 진상 소비자가 유명하다.

또 기본 주문 가능 금액만 채우고 집에 아이가 있으니 음식을 더 달라고 하거나 가게에서 팔지 않는 음식을 달라고 하는 고객도 많다.

더 심각한 유형은 가게 사장님과 배달 라이더에게 "올 때 생수 10개를 가져다 달라" "올 때 담배 한 갑 사 와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심부름을 하지 않으면 '별점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소비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이같은 진상 고객의 주문표와 리뷰가 담긴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다.

이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에서 한 소비자는 토스트 4개를 시키면서 '배달 요청사항'에 "심부름: 강원평창수 1L(없을경우백산수) 오로나민씨 2개, 자갈치 과자 1봉, 고추참치"라고 적었다.

다른 소비자는 '가게 요청사항'에 "토핑 많이 주세요. 평점 내리기 싫으면"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진상 고객을 두고 '보통 배달음식 시킬 때 담배 심부름시켜도 괜찮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치킨이나 족발 시킬 때 오시면서 담배 하나 부탁합니다"라며 "이러면 곧잘 알았다고 하는데...친구는 진상이래요. 이게 진상이면 세상에 진상 아닌 일이 어딨습니까"라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진상' 고객들의 횡포에도 매장 사장님은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배달앱 사용량이 늘면서 배달 주문이 가게의 핵심 매출원이 됐기 때문이다.

배달앱 사용률 1위를 기록한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지난달 주문건수는 월 5000만 건을 돌파했다.

소비자들의 '집콕'으로 인한 배달 문화가 확산되면서 가맹점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좋은 리뷰와 별점을 유지해야만 음식점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리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의적으로 악의 담긴 리뷰도 늘고 있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다른 경쟁 매장의 평점을 떨어트리기 위해 일부러 악의적인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대다수의 네티즌은 진상 고객의 언행을 두고 "갑질"이라고 평가했다.

한 네티즌(eeli****)은 "블로거들 좋아보이지 않아요. 거지근성에 쩔었어요"라며 "정당한 비용지불하고 능력 안 되면 안 사고 안 먹는 그런 사람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아 거지도 아니고 더 먹고 싶으면 돈 더 주고 시켜 먹어라(ging****)" "그냥 치킨을 더 시켜(pepp****)" "진상 고객을 막을 대안이 필요하다(neyo****)" 등의 댓글도 있었다.

또 한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배달원한테 심부름시키는 사람이 진짜 있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회원이 "진짜 배달원한테 저런 심부름 시키는 사람이 있나요? 혹시 있다면 왜 시키는 건지"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공감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손님이 왕"이라는 의견도 관측됐다.

한 네티즌은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외출 못 하는데 같은 남자로서 담배 심부름은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lsse****)"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이 댓글에는 공감할 수 없다는 반박 댓글이 수십 개 달려 있다.

배달 시장의 확장으로 현재 배달앱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게 사장님들과 더불어 악질 소비자와 경쟁 업체의 악의적인 리뷰로 피해를 입을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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