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폭주에 밀린 野, 논란 법안 사실상 묵인… 115건 처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9일 공수처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농성 중인 국회 로텐더홀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공수처법을 통과시키지 못했지만 10일 임시국회를 새로 열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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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이날 오후 3시 10분쯤 본회의를 열고 안건 총 131건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과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 대북 전단 금지법 등 법안 3건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당초 3건 외에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있는 5·18 역사왜곡처벌법과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 기간을 늘리는 사회적 참사 진실규명법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려 했었다. 그러나 오후 의총에서 “5·18 유족, 세월호 유족을 생각해서 빼자”는 의견이 나와 뒤늦게 빼기로 했다.
여야는 필리버스터에 앞서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야당이 이런 의사일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여당 허락받고 필리버스터를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이어 5·18 역사왜곡처벌법, 사회적 참사 진실규명법 등이 줄줄이 처리됐다. 국가수사본부와 자치경찰제 도입을 골자로 한 경찰법 등도 뒤를 이었다.
재계가 반대했던 경제 3법도 모두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 중 일부는 “기업 발목 잡는 독소 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필리버스터를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경제 3법과 관련해 대체로 찬성 입장이고,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다며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포기했다.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됐다. 이 법엔 소액 주주의 의결권 행사 시 주식을 6개월 의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도 삭제되는 등 기업이 반대해온 내용들이 그대로 담겼다.
주요 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하다 보니 실수도 벌어졌다. 회의를 진행한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이후에 처리하기로 한 공수처법 관련 법안들을 실수로 표결에 부친 것이다. 김 부의장은 야당 반발에 당황하다가 “투표 불성립으로 성격을 규정하겠다”며 “혼선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김 부의장 측은 “공수처법 연관법으로 제외요청이 없었던 법안이었기 때문에 표결에 부쳤으나, 현장에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즉석으로 연계법안이라고 주장을 해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들이 모두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오후 9시쯤 공수처법 등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반대 토론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저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공작 사건’의 피해 당사자”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헌법 위에 군림하는 신처럼 숭배하는 극렬 친문 집단의 이성 상실로 대한민국은 지금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3시간가량 발언을 이어 갔지만, 이날 자정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됐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선 처리되지 못했지만, 민주당은 바로 다음 날인 1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기로 했다. 한번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안건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 없다는 국회법 조항을 활용한 것이다.
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다른 안건인 국정원법 개정안 등에 대해 계속해 필리버스터를 이어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각 법안마다 24시간이 지나면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을 동원해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겠다고 했다. 민주당(173명)과 열린민주당(3명) 의원, 민주당에서 탈당하거나 제명된 의원 3명, 군소 정당(용혜인·조정훈) 의원을 총동원하면 180명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 한 건씩 처리하면 오는 12일을 끝으로 법안 3건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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