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나흘 연속 상승..9개월 사이 최고
'코로나 덫'인 40달러 선에서 일단 탈출
백신과 중국 수요가 최근 상승 방아쇠
월요일(30일) OPEC+가 감산 연장 논의
단, 산유국 균열 조짐도 나타나기 시작
미국 텍사스 유전의 채굴장비.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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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코로나 덫’에서 탈출하기 직전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5일(현지시간) 뉴욕 정규시장 거래에서 배럴당 1.8% 오른 45.71달러에 마감됐다. 최근 나흘 연속(거래일 기준) 상승이었다.
뒤이어 한국시간 26일 오전 7시에 열린 온라인 거래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 45.86달러 선에 이르기도 했다.
뉴욕 종가(45.71달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국∙유럽에서 본격화한 올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나 마찬가지다. 좀 더 정확하게 3월5일(45.90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흐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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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가장 확실한 경기부양’
톰슨로이터는 이날 월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코로나의 긴 터널 끝에 불빛이 보여서 국제유가가 최근 강세를 보인다”고 했다. 불빛은 바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앞다투어 내놓은 백신 후보 시험 결과다.
톰슨로이터는 “안전성 등의 논란이 여전하지만, 시험 결과에 비춰 가장 확실한 경기부양(백신 개발)이 조만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원유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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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달러=코로나 시대 뉴노멀
국제유가 변덕스럽다. 단기 가격 흐름만으로 중·장기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백신 소식과 WTI 가격 흐름을 봤을 때 국제유가가 ‘코로나 덫’에서 탈출하기 위해 채비를 하는 듯하다.
국제유가는 올해 3월 이후 배럴당 40달러를 중심으로 오르내렸다. 초단기적으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OPEC+(사우디+러시아 등 주요 원유 수출국 협의체)가 하루 최고 970만 배럴씩 감산하기로 한 4월 이후 국제유가는 7개월 이상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오르내렸다.
노르웨이 에너지 리서치센터인리스타드에너지가 올해 봄에 낸 보고서에서 40달러를 코로나 시대 ‘뉴노멀’이라고 했다. 월가 에너지 분석가들은 ‘코로나의 덫’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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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월요일 OPEC+ 회의
국제유가 40달러 선을 이탈하면서 관심은 미래에 쏠리고 있다. 일단 단기 변수는 다음 주에 열리는 OPEC+ 회의다. 월요일인 30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감산 연장을 논의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과 러시아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 장관. 두 사람은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대표다. 사진은 2019년 12월 회의 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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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재 하루 770만 배럴 정도인 감산이 연장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현재 규모의 감산 연장을 주장하며 다른 회원국들을 설득했다.
지금까지 합의대로라면 내년 1월 하루 감산 규모가 줄어든다.
OPEC+ 참가국은 1990년대와는 달리 감산 약속도 비교적 잘 지켰다. 90년대엔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제유가가 2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감산 합의 잘 지키는 OPEC+ 참가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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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fA, “내년 여름까지 오른다”
백신 개발과 감산, 중국의 수요 증가 등을 근거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영국 브렌트유가 내년 여름에는 배럴당 60달러 선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WTI 가격은 브렌트보다 배럴당 2~5달러 낮은 게 역사적 패턴이었다. BofA의 예상대로라면, WTI의 내년 여름 가격은 배럴당 55달러 안팎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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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OPEC+ 균열 여부가 변수
다만, OPEC+의 몇몇 참가국이 카르텔에 계속 참가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기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3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내부적으로 탈퇴할지를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가 지난해 1월 OPEC을 탈퇴했다. 중동 산유국이 OPEC을 탈퇴하는 일은 낯선 일은 아니다.
골드먼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간이 더 흐르면 OPEC뿐 아니라 OPEC+ 내부에서 균열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제역사에서 모든 카르텔의 적은 내부자였다. OPEC과 OPEC+ 모두 카르텔의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미국 뉴멕시코 지역의 셰일 채굴시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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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코로나 감산체제’ 또는 '빈체제'의 중요한 바탕인 OPEC+가 느슨해지는 현상 자체가 국제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이다. 빈체제는 OPEC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사우디-러시아 동맹인 OPEC+가 구성됐기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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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셰일유전 재가동도 유가 압박
최근 미국 셰일 유전이 재가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셰일유전은 전통적인 유전보다 빨리 원유를 뽑아낼 수 있다. 미 셰일회사들은 과거 위기 때는 줄줄이 파산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때문에 파산한 회사는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구제금융 등의 위력이다.
목숨을 부지한 셰일회사들이 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면 생산 중단상태인 유전을 재빨리 가동하기 시작한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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