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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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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관 옐런', "통화정책 우위 시대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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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문회의-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까지

돈의 수레 두 바퀴를 모두 굴려보는 신기록

말의 무게에서 파월을 능가할 가능성 커

케인스학파로 통화정책보다 재정 우선시

공화당 상원의원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

정책결정에서 국제주의 접근을 유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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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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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돌아온다.

쟤닛 옐런(74)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재무장관에 내정됐다.

먼저 옐런 앞에 놓인 두 가지 걸림돌이 제거돼야 한다. 조 바이든이 ‘공식적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돼야 한다.

또 옐런이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그가 곧 새로운 역사!’



두 걸림돌이 치워지면, 옐런은 ‘또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쓴다.

우선 그는 미국 3대 경제 사령탑을 모두 지낸다. 빌 클린턴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1997~99년)이었다. 또 Fed 의장(2010~14년)이었다. 그리고 재무장관이 되려고 한다.

게다가 옐런 자신은 “직함 앞에 여성을 붙이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미국 역사상 첫 여성 Fed 의장이었고, 첫 재무장관이 된다.

『돈, 영혼과 진실』의 지은이인 버나드 리테어는 2010년 기자와 통화에서 “서양 문화사를 보면 돈은 여성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돈을 뜻하는 영어 단어 money가 로마의 여신인 주노의 신전(Moneta)에서 나온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신전은 돈의 탄생과 밀접하다. 기원전 3000년경 제정일치 사회였던 메소포타미아에서 제사장이 점토로 만든 토큰(token)으로 농촌-도시간 교환(exchange)을 가능하게 한 것을 돈의 시작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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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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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어는 당시 옐런이 Fed 의장에 지명된 것을 두고 “2000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돈의 여성성이 되살아났다”고 평했다.



‘돈의 두 바퀴’ 사이에서



근대 화폐이론의 개척자인 영국 데이비 흄은 “재정과 돈은 기계장치처럼 연결돼 있다”고 말하곤 했다.

미국은 어떤 나라보다 재정-통화 사이가 가까웠다. 1913년 Fed 가 출범하기 전까지 재무부가 통화관리를 했다. 이른바 '독립적 재무부 시대'다. 사실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Fed와 재무부 사이 거리도 그리 멀지 않다.

이런 미국에서 옐런은 역사상 처음으로 화폐 수레의 방향을 결정하는 두 바퀴 역할을 다해보는 셈이다.

옐런은 Fed의 생리와 속사정을 꿰뚫고 있으면서 재무장관으로 선출된 권력자(바이든)가 세팅한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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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와 재정 정책.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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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익숙한 사람



옐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위기는 옐런의 인생에서 낯설지 않다. Fed 의장으로 양적 완화(QE) 시즌 2(2010년 11월)와 시즌3(2012년 9월)를 실시했다. Fed 역사상 '가장 특별한 방법으로 가장 많은 자산을 사들이며 돈을 풀었던 시기'다.



공화당 상원의원을 설득할 수 있는 인물



이제 옐런은 재무부에서 다시 위기를 헤치고 나가야 한다. Fed 의장 시절보다 정치력이 절실하다.

Fed 의장 시절엔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 멤버들인 Fed 이사들과 지역준비은행 총재 등 12명 정도만 설득하면 됐다.

반면, 재무장관으로서 ‘호랑이처럼 사납고 여우처럼 교활한’ 미 의원들을 상대해야 한다. 더욱이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자신의 재무장관 인준뿐 아니라 경기부양 패키지를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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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닛 옐런(오른쪽 두번째)과 제롬 파월(왼쪽 두번째). 사진은 2019년 1월에 열린 미 경제학회 컨퍼런스에서 현직과 전직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들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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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화-민주 양당 사이는 싸늘하다. 의원들의 자율적은 투표는 옛이야기다. 대결 구도가 강화되면서 의석과 표결결과가 일치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도 바이든이 옐런을 재무장관에 지명한 데는 “그의 사교성이 한몫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실제 옐런은 Fed 의장이 될 때 수전 콜린스(메인주)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 3~5표를 확보했다. 콜린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Fed 이사로 지명한 ‘골드 버그’ 주디 셸턴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물이다.

상원의 다수당이 한두 석 차이로 결정되면, 옐런의 사교성과 외교력이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재정-통화 무게추가 바뀐다



단순하게 말해,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는 통화정책이 재정정책보다 우선했던 시대다.

그 시절 작은 정부와 감세, 재정균형이 경제정책 최우선 교리였다. 재정 지렛대는 최대한 묶어두고, 중앙은행이 금리와 통화량을 조율해 경제를 움직였다.

통화정책은 2008년 위기 이후 한계를 드러내 보였다. 하지만 관성 때문인지 아니면 정치세력이 바뀌지 않아서인지, 재정정책의 폭은 넓어지지 않았다. 그 바람에 유럽 재정위기가 낳은 침체가 깊고 오래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재무장관 옐런의 시대'엔 통화정책 우위 시대가 끝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브라이언 차파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Fed가 경제를 컨트롤하는 시대의 끝”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역사와 문화, 관행에 비춰 연장자 우선 같은 전통은 없지만, ‘경제학 수재’인 옐런과 ‘경제학 비전공자’인 제롬 파월 사이 말의 힘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옐런은 케인스학파다. 네오 케인스학파이면서 상당히 진보적이고 현대화폐이론(MMT)을 펼치는 포스트 케인스학파와도 친하다.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중시한다. 그래서 재무장관 옐런 시대는 ‘저(低)금리, 약(弱)달러의 오랜 지속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 우선주의자는 아냐!



옐런이 Fed 의장에 취임하기 직전인 2010년 9월 부의장으로 세계 중앙은행 연찬회(잭슨홀 미팅)에 참가했다. 당시 Fed 의장은 벤 버냉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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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쟤닛'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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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홀 미팅은 사실상 미 통화정책 방향을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인민은행(PBOC),....., 한국은행(BOK) 등에 설명하고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들’의 모임이다.

그렇다고 잭슨홀 미팅이 미국 목소리만 전달하는 일방적인 무대는 아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가들이 자국 이해관계를 Fed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일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해 모임에서 ECB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가들이 가장 많이 찾아간 인물이 바로 옐런이었다. 말수가 적어 근엄하게 보이는 버냉키보다 ‘수다스럽고 부드러운’ 옐런이 대하기 편해서다.

게다가 옐런이 학자 시절부터 “Fed가 글로벌 상황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무장관 옐런 시대엔 미국이 1980년이나 1994년처럼 신흥국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긴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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