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18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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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출발부터 가시밭길이다.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인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 확보를 위한 현금 마련에 나서면서다.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을 바탕으로 한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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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 저지 위해 실탄 확보 나선 3자 연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2일 메리츠증권과 한진칼 550만주를 담보로 대출받았다. 대출 계약 시점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소식 방침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때다.
KCGI는 8개 유한회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20.34%(1156만 519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유한회사 중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지분 9.04%(550만주)를 메리츠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1300억원을 빌렸다. 기존 대주와의 계약 해지 현황을 보면 기존 380만주, 710억원 어치에서 추가 담보를 넣으면서 차입금을 늘렸다. 이 때문에 이번 대주 변경이 저축은행 등 일부 대출 차환에 대응하면서 추가 자금을 조달한 것이란 포석이란 분석이다.
KCGI는 조원태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이다. KCGI 관계자는 22일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워런트)에 대비하는 것과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에 돈을 넣어줄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현금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도 지난달 29~30일 우리은행(30만주), 한국캐피탈(2만 3000주), 상상인증권(3만주) 등에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맡았다. 선친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에 더해, 최근 KCGI의 현금 확보와 맞물려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는 '실탄'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사진 한진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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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합 입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악재다. 현재 3자 연합 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을 앞서지만, 통합과정에서 이런 지분율 구도가 흐트러질 수 있어서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조 회장 측에 백기사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현재 시나리오대로 두 회사 간 통합이 이뤄진다면 산은은 단숨에 한진칼의 지분 10.7%를 쥐게 된다.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바라는 산은 입장에서는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더 클 것이란 게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 경우 그간 KCGI가 쌓아온 지분 우위는 단번에 허물어진다.
참고로 산은은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중립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3자 연합은 산은을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한다. 최근 KCGI가 산은에 배정하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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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
KCGI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 들여질지는 오는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심문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만일 KCGI측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이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제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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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 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차선책을 신속히 마련해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은 적다고 보지만,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법원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KCGI는 또 한진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청구했다. 임시주총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하고 결정한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신규 이사들을 대거 이사회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다. 한진칼 이사회가 임시주총을 개최를 KCGI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가 하루 지난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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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양대 항공사 결합 물밑 검토 착수
한편 기업결합 심사를 맡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 관련한 물밑 검토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결정이 공식화된 이후 항공업계의 매출ㆍ점유율ㆍ부채 비율과 같은 시장 상황에 더해 해외 기업결합 사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결합 심사의 공식 절차는 신고서가 접수된 이후 시작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일찍부터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원칙과 법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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