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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빛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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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푸른 빛의 소녀가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 빛그물 = 최정례 시인이 등단 30년을 기념해 내는 시집이다. 5년 만에 펴내는 일곱 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서사 구조를 갖추고 현실적인 언어로 일상의 다양한 풍경을 담아낸 산문시들은 시인이 오랜 세월 구축해온 문학적 역량을 보여준다.

'천변에 핀 벚나무가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바람도 없이 꽃잎의 무게가 제 무게에 지면서, 꽃잎, 그것도 힘이라고 멋대로 맴돌며 곡선을 그리고 떨어진 다음에는 반짝임에 묻혀 흘러가고// 그늘과 빛이, 나뭇가지와 사슴의 관이 흔들리면서, 빛과 그림자가 물 위에 빛그물을 짜면서 흐르고 있었다' (시 '빛그물' 부분)

1955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최정례는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 '붉은 밭', '개천은 용의 홈타운' 등이 있다.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정례는 "전통적인 시 형식으로는 복잡다단한 우리 현대 생활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다"면서 "형식적인 파괴 혹은 형식적인 발견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나 자신을 좀 더 들들 볶으며 대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창비. 132쪽. 9천 원.

연합뉴스



▲ 결혼의 연대기 = 부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고 날카로우며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해낸 사실주의 소설.

노르웨이 작가 기에르 굴릭센의 장편으로 북유럽에서 극찬을 받았고, 미국, 프랑스, 독일 등 13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사랑했던 부부 사이에서 생기는 균열이 두려움, 집착, 광기 등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남자 주인공이 아내의 입장이 돼서 아내의 일상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간다.

남자는 완벽해 보이던 부부에 닥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었으며, 관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아내의 처지에서 바라봄으로써 돌파구를 찾아간다. 정윤희 옮김.

쌤앤파커스. 272쪽. 1만3천800원.

연합뉴스


▲ 푸른 빛의 소녀가 =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결성 멤버이면서 노동 해방과 혁명을 부르짖는 시인으로 알려졌던 박노해가 펴낸 '시 그림책'이다.

러시아 거장 화가 말레비치(1879~1935)의 그림 29점에 시를 붙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아이들. 네 안에는 별이 빛나고 있어"라는 시인의 말과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원색의 그림들이 조화를 이룬다.

느린걸음. 72쪽. 1만9천500원.

연합뉴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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