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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거리두기 왜 아직 1단계냐" 격상론에 자영업자는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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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연속 200명대 기록에 시민들 불안
외출 줄어든 와중 '턱스크'족 더 많아져
한국일보

휴일이던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가 한산하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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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일대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23명으로 전날(205명)과 그 전날(208명)에 이어 사흘 연속 200명대를 기록하면서 겨우 회복됐던 시민 발걸음이 다시 급격히 뜸해진 탓이다. 이날 대학로를 찾은 김명지(25)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불안해서 불가피한 용건이 아니고서는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세 자리를 기록한 지 9일째로 접어들면서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여전히 거리두기 단계 격상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사이 시민들이 먼저 '격상론'에 불을 지피는 것도 불안감 때문이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다시 끊길 걱정이 앞서, 방역 대책 강화를 차마 찬성하지 못한 채 울상만 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거리두기 단계는 왜 여전히 1단계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린 A씨는 "신규 확진자가 300명도 될 기세인데 여전히 거리두기는 1단계라니, 이쯤이면 정부가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30대 여성 박모씨는 온라인 카페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조금씩 올리고 내리는 게 오히려 감염병 사태를 질질 끄는 듯 하다"며 "아예 몇 주간 거리두기 2단계 이상으로 올려 코로나19의 씨를 말려야 한다"고도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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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경북, 전남 등 전국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이 속출하면서 16일에도 신규 확진자 수는 200명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점심때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직장인들이 식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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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방역 조치 강화에 따라 당장 생계에 타격을 입을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1단계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다. 대학로에서 실내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급격히 줄었던 매출이 거리두기 1단계 이후 원래의 60% 수준까지 겨우 회복된 상태"라며 "다시 단계가 격상되면 사실상 주말 장사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학로에서 노점을 하는 강모씨 역시 "1단계와 1.5단계는 손님이 찾아 오시는 체감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라며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꺼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에서의 방역 수칙 지키기가 해이해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휴일이던 15일 대학로의 식당들에서는 음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마스크를 벗어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오후 7시쯤이 되자 포차의 야외 테이블에서 '턱스크(턱에 마스크를 걸쳐 쓰는 행위)'를 한 채 술잔을 부딪치는 손님들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포차를 찾은 심지훈(32)씨는 "어느새 거리두기 1단계 상황에서의 외식이 익숙해지다보니 '턱스크'를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단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수준의 대응으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변화한 거리두기 5단계를 보면 1단계와 1.5단계간의 실질적 차이는 크게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2~3배의 감염 환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상황을 엄중하게 여기고 미리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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