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이슈 물가와 GDP

근원물가, 21년만에 최저... 디플레 우려에, 정부 "정책 요인 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집세·장바구니 물가 상승에도 근원물가 IMF 이후 최대 감소
통신비 2만원 지원 등 정책효과·저유가·수요둔화 등 복합작용
정부 "정책요인이 가장 커…디플레 징후 아냐"

지난달 전월세 등 집세 상승률은 2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마·태풍 영향으로 채소·과일 가격 등 장바구니 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민생물가가 들썩이는데도 전체 물가상승률은 2개월만에 다시 0%대로 내려왔다. 통신비 지원 등 정부의 정책효과에 따른 서비스물가 인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식물가 상승폭 감소, 국제유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99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지수다. 전체 460개 품목 중 통계청에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407개 품목을기준으로 측정한다. 통계청은 물가 하락 원인으로 ‘정부의 정책효과가 가장 컸다’며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침체속 지속적인 저물가) 우려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조선비즈

3일 오전 서울 중구 새벽시장에서 상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집세 상승률 20개월만에 최고치…치솟는 민생물가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0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월세 등 집세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해 2018년 8월 이후 20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셋값은 0.6% 올라 지난해 2월(0.6%)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월세 상승률은 지난 9월과 같은 0.3%를 기록했다.

여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9% 상승했다. 신선채소와 신선과실 가격이 각각 20.3%, 28.9% 상승했다. 다만 최근 기상여건이 양호해 신선채소는 가격 상승폭이 9월(34.9%)보다 축소됐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토마토(22.8%), 파프리카(15.8%), 고춧가루(6.0%), 쌀(4.4%) 등이 지난 9월에 비해 올랐고, 지난해 9월과 비교해서는 사과(49.4%), 토마토(49.9), 파(53.5%), 양파(70.7%), 돼지고기(10.0%), 국산쇠고기(10.6%)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만 이같은 서민 생활 물가 불안에도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은 제한되는 모습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월대비 0.5% 하락했고,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3% 내려 1999년 9월(-0.4%) 이후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61로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있던 지난 6월(0.0%) 후 넉달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전달에 비해선 0.6% 급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0.3%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회복세를 보여왔다. 지난달에는 1.0% 상승하는 등 경기 회복의 신호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됐다.

집세 상승과 채소값 회복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물가가 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상 저물가 기조는 불황의 징후로 읽힌다. 특히 수요측 압력을 반영하는 근원물가가 둔화되는 것은 경제침체 국면과 결합해 불황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소비자가 상품 구매를 하지 않아 기업에 재고가 쌓이고, 수익 악화로 인해 경기는 후퇴하게 된다는 얘기다.

조선비즈

자료=통계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물가 이어지나… 정부 "통신비 등 정책요인, 디플레 아냐"

통계청은 통신비 지원 등 정책 효과 영향이 크다는 것이 입장이다. 정부의 2만원 통신비 지원효과로 서비스 가격이 큰 폭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하락세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0.8% 떨어지며 1999년 10월(-0.9%)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 심의관은 "인당 2만 원씩 지원한 통신료 지원으로 0.7%포인트(P) 전체물가지수가 하락했고, 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류도 추가적으로 0.1%P 하락했다. 2개 품목만으로 약 0.8%P가 하락해 이들 품목을 제외하면 전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의 통신비 지원과 고교납입금 지원 강화로 공공서비스는 6.6% 하락했다. 휴대전화료는 21.7% 하락했는데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6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고교납입금은 74.4% 내렸다. 코로나19 피해계층을 돕기 위한 전기·가스비 납부 유예 영향으로 전기수도가스 품목도 전년 동월 대비 4.0% 하락했다. 개인서비스는 1.4% 올랐는데 외식이 1.0%, 외식외가 1.7% 각각 상승했다.

집세 상승 등에 불구하고 서비스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생활물가는 하락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로는 1.3%, 전년 동월 대비로는 0.7%씩 내렸다. 식품이 전년대비 4.7% 올랐으나 식품 이외가 3.9% 하락했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1.1%, 전년동월대비 0.5% 각각 내렸다

11월 역시 정책 효과로 인한 물가 하방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통계청 전망이다. 안 국장은 "통신료 지원은 일회성 지원으로 그 영향이 사라지면서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달부터 실시되는 코리아세일페스타나 고등학교 납입금 무상화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지속되면서 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물가 변동에 있어, 시장 경제 요인보다는 정책적 요인이 많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