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미국에서는 ‘로빈후더(로빈후드 앱을 사용하는 개인투자자)’가, 한국에서는 ‘동학개미’가 혁명을 일으켰다. 로빈후더는 올해에만 최소 300만명 늘어났다. 1300만명을 넘어선 로빈후더들은 이제 미국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세력이 됐다.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등에 늘 치이던 개인투자자와는 전혀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인 이들은 신속하고 과감하기까지 하다. 코로나19 직후인 3월 주식 시장이 폭락하자 과감하게 매수에 나선 로빈후더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며 자신감까지 얻었다.
캐서린 키팅 BNY멜론웰스매니지먼트 CEO는 최근 밀컨콘퍼런스에서 “로빈후더들의 장점은 (기관투자자와 달리) 이사회가 없고 복잡한 심의를 거치는 위원회도 없다는 것이다”라며 “이들이 점점 시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거래 수수료 제로’를 내세워 시장에 진입한 로빈후드 앱은 무섭게 주식 거래 시장을 잠식해왔다. 과거 ETF나 옵션 거래를 할 때마다 5~10달러씩 수수료를 받던 기존 증권사를 긴장시켰다. 계좌를 개설할 때 최소 500달러를 요구하던 예치금도 없앴다. 이렇게 투자 문턱을 낮추니 젊은 층이 대거 로빈후더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57%는 비싼 주식 쪼개서 보유
로빈후드 해킹 사건으로 시험대 올라
로빈후드 앱이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주식 쪼개기 투자’를 가능하게 해준 점이다. 수백달러대 주식을 5달러, 10달러 이하로 쪼개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봄과 여름 사이 거래된 주식의 25%가 5달러 이하 거래분이었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비중이 10~15%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소액 개인투자자가 최근에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로빈후더들이 보유한 계좌 중 주당 5달러 미만인 주식을 보유한 계좌는 57%로 알려졌다. 로빈후드는 지난 8월 D1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2억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가 112억달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난 6년간 거칠 것 없던 로빈후드는 최근 큰 시험대에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빈후더 계좌 2000여개가 해킹 공격을 받았다. 당초 해킹된 계좌가 몇 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광범위하게 퍼진 것이다. 이메일 침투 흔적이 없었지만 연계된 로빈후드 계좌는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았다. 2단계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지만 주식이 몰래 매도되고 계좌에 접근이 불가능해진 사례도 있었다.
로빈후드는 이런 피해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가입자의 개인 이메일을 해킹한 것이지 자사 시스템이 해킹을 당한 게 아니라고 응대해 빈축을 샀다. 피해자들은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고 로빈후드에 연락했지만 별다른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증권사다 보니 피해 신고 역시 온라인으로만 가능해 피해가 확산된 경우가 많았다. 연계된 계좌까지 해커들에게 노출된 사례도 있었지만 피해자는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 로빈후드는 이런 파동을 겪은 후 가입자에게 2가지 인증 절차 사용을 권고하는 공지를 띄웠다.
로빈후더들이 겪은 피해를 교훈 삼아 우리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때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lif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1호 (2020.10.28~1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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